[콩숙이와 팥숙이]일명 현대판 콩쥐와 팥쥐라 한다.. “아씨방 일곱동무” 를 썼었다는 작가 이영경님은 민담 콩쥐팥쥐 이야기의 흐름을 그냥 살려 내면서, 시대모습을 담아 보려고 노력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까나??! 그림들이 참으로 특이하다. 그져 물감이나 붓으로 그림을 그린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옛 물건 가게, 사진 자료집, 사진 전시회, 근대사박물관, 드라마좔영지, 추억여행을 돕는 문화관, 달동네 박물관 등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찍은 사진들을 이용한 스텐실 기법이 함께 들어 있으며, 그런 취재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나 잡지 같은 것들을 수집해서 그대로 이미지를 활용한 것도 있다. 또한, 그 옛날 우리 어른들의 이름에는 “숙”자가 많이 들어간 경우임을 깨닫고 콩쥐와 팥쥐에 “숙”자를 붙여 콩숙이와 팥숙이라고 했다 한다.. 그만큼 현대판 콩쥐와 팥쥐의 그림에 많은 노력을 기울린 모습이 느껴진다.. 다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조금 실망스럽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옛이야기가 콩숙이와 팥숙이에 섞여 있는 듯 하다.. 콩숙이와 팥숙이 이야기에 신데렐라 이야기도, 우렁각시 이야기도 심청전 이야기도 함께 들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며, 콩숙이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때에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 버리시고, 콩숙이가 일곱살 되던 어느 날 아빠가 새장가를 들었다고 이야기 한다. 바로 새엄마와 팥숙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 이후에는 바로 새엄마에게서 콩숙이가 힘들고 궂은 일만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이렇게 책의 끝부분까지 고생하고 힘든 과정을 겪을 때 과연 콩숙이 아버지는 어디를 가셨던 것일까??!! 책을 다 덮을때까지 콩숙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물론 그 옛날 콩쥐팥쥐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또 약간의 현대판이 느껴지기도 하다..콩숙이가 개천 너머 쑥대밭을 힘들게 매는 동안, 머리 검은 소가 나타나 콩숙이를 도와주는데, 머리 검은 소가 가르쳐 준 데로 동네 뒷간에 손을 넣어 보니 현대판 간식들처럼 빵이랑 과자들이 줄줄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 이후 세월은 그럭저럭 쏜살같이 흘러 콩숙이도 팥숙이도 어엿한 숙녀가 되는 어느 단옷날 새로 부임한 잘생긴 총각 시장님이 그네뛰기 대회를 열고, 그 그네뛰기 대회에서 우승한 처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이 부부은 어쩜 우리들이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왕자님이 무도회를 여는 이야기와 비슷하다…또 그네뛰기에 가고 싶어하는 콩숙이에게 많은 일을 시키고 팥숙이만 데리고 가는 새엄마, 또 새엄마가 시켜놓은 일을 다 끝내고, 검은소가 나타나 새옷과 예쁜 꽃신으로 콩숙이를 그네뛰기 대회장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이야기.. 이건 아마도 신데렐라가 새언니와 새엄마에게서 무도회장을 같이 가지 못하고 집안일 등을 하는 모습. 또 요정이 나타나서 신데렐라에게 예쁜 드레스와 유리구두를 주어 무도회장에 갈 수 있게 도와주는 모습 등과 아주 똑같으며, 12시가 되어 급히 돌아오다 유리구두 한짝을 잊어버리는 신데렐라 처럼 콩숙이와 팥숙이에서도 맨 마지막으로 그네뛰기를 하던 콩숙이가 비가 와서 널어놓은 빨래를 걷으려고 급히 집으로 돌아가다가 총각시장님이 그네뛰기에 올려고 타고오던 자동차에 부딧칠뻔 해서 총각시장님의 눈에 띠는 일, 콩숙이가 꽃신을 하나 잊어버리는 일 등.. 신데렐라 내용과 아주 비슷한 내용들이 콩숙이와 팥숙이에도 들어 있으며, 콩숙이가 꽃신 한짝의 주인으로 총각시장님과 끝내는 결혼을 하게 되고, 팥숙이는 심술이 나서 엄마랑 나쁜 계락을 꾸며, 콩숙이를 연못가에 빠트리는데, 여기서는 심청전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듯 하며, 시장님 부엌으로 이웃집 할멈이 불씨를 빌리러 왔다가 아궁이 속에서 웬 구슬을 하나 주워와 다락에 잘 모셔놓았다는 이야기에서는 우렁각시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이렇듯, 아주 개인적인 소견인지 모르겠지만, 콩숙이와 팥숙이를 현대판으로 만들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는 좋았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신데렐라 이야기가, 심청전 이야기가, 우렁각시 이야기가 모두 얶혀 들어가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동화가 창작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짜집기 식으로 엮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리 좋은 이미지는 아닌 듯 하다…
콩쥐팥쥐를 현대판으로 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데로 그냥, 우리들이 알고 있는 콩쥐팥쥐 이야기 그 자체를 현대판으로 재구성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