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난지 얼마 되질 않았다. 추석에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며칠 지나고 읽어주니 좀 아쉽긴 했어도 그래도 아이가무척 좋아하는 책이고 아이가 지낸 추석과 비교하며 이야기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었다. 우선 그림도 재미나고, 내용 역시 새롭고 재미나다. 이제 36개월인 우리 아이도 처음 읽어주는 책인데도 책 낯가림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재미있어 하며 끝까지 관심있게 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책 낯가림이라는 말이 맞는 표현은 아니겠지만, 처음 책을 보면 바로 좋아하지 않고 한 며칠 지나서야 좋아하기 시작하는 우리 아들에게 처음부터 환영받는 책은 드문 편이었다. 그것도 자동차 등 아이가 좋아하는 특정 소재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추석이라는 소재가 아이에게 흥미롭지 않을거라 생각하였는데 웬걸, 귀여운 토끼의 눈으로 따라가는 추석 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꽤나 관심을 갖고 들으며 중간중간 질문까지 하였다.
쿵덕쿵덕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던 분홍 토끼가 그만 절굿공이를 놓치고 말았다. 달나라에서 떨어진 절굿공이를 찾아 구름징검다리를 건너 토끼가 은빛마을로 내려왔다. 책에서는 나처럼 딱딱한 문어법이 아닌 구어체의 말투가 정겹다. 절굿공이를 놓치고 말았지 뭐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입에 착착 감기니 읽어주기도 편했고 듣는 아이도 더 편안해보였다.
이름도 친근한 달동이 해동이 가족네 추석 쇠기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할머니와 함께 절구를 콩콩 찧는 대목을 보고 아이가 “할아버지는 어디 계셔?” 하고 물어보았다.
다시 읽어주다보니 할아버지 산소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돌아가신 듯 했는데 양가 조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신터라 아기에게는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모습이 참 낯설었나보다.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아이였지만 “돌아가셨나봐” 하고 간단히만 짚어주고 넘어갔다.
너무나 귀여운 분홍 토끼가 절굿공이를 찾았으나 달나라로 돌아가려 하니 조각 구름이 사라져버려 돌아갈 길이 막연하였다. 하는수없이 아이네 집 근처에서 조각 구름을 찾아 다니다가 추석 풍경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 주된 줄거리였는데 분홍 토끼가 참으로 사랑스럽다. 절굿공이를 안고 잠든 모습서부터 송편 찌는 냄새에 반가워하는 귀여운 표정까지도 말이다.
추석 아침 모두들 차례 상을 차리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관심있게 물었다. 사실 우리 집은 시댁에서 차례를 지낼때 친척분들이 많이 오셔서 북적이질 않고, 간소하게 아버님과 우리 가족만 지내고 있어서 아이 눈엔 북적북적한 대가족이 모두 모인 모습이 무척 낯설었을 것이다. 어른들 한사람 한사람을 짚어가면서 누구냐고 묻는데,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등 아이가 만나지 못한, 혹은 만날 수 없는 그런 복잡한 명칭들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도 관심을 갖고 묻는 아이 모습이 귀여워 책의 맥락이 계속 끊기는데도 열심히 대답해주었다 (능력껏)
알콩달콩 우리 명절 추석 편의 설명 중에는 추석에 대한 정의와 옛 문헌에 나타난 추석 이야기, 그리고 추석 놀이와 전국의 풍속 등이 잘 나타나 있었다. 아직 유아라 어린 아이에게는 동화 앞 부분 위주로 많이 들려주고, 뒤 이야기는 우선 엄마의 관심으로 읽어보았는데 강강술래, 소놀이 등은 들어봤어도 경기도 충청도 지방에서 한다는 거북놀이는 생소하였다. 또 벌거벗고 밭고랑을 기는 풍습은 전라도 진도의 풍습으로 아이들의 액을 막고, 몸에 부스럼을 방지하고 밭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일석 삼조의 풍습이었다 한다. 책에도 등장한 올게심니는 문맥상 이해하기는 했지만 처음 듣는 용어였는데 햇곡식의 이삭을 한줌씩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두는 것이었다 한다.
귀여운 토끼의 밝은 모습으로 만나본 반가운 추석 이야기, 추석은 지났지만 아이는 하루에도 두번 이상 읽어달라 할 정도로 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엄마가 읽어도 재미난 책이라 아이와 구름 징검다리 건너기 독후활동도 해보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다.
덧붙임: 그러고보니 알콩달콩 우리명절 시리즈로 누렁이의 정월대보름도 읽어보았는데, 슈퍼 누렁이의 하늘을 나는 모습이 무척 재미났던 동화로 기억을 한다. http://melaney.blog.me/50084505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