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의 컬링은 나를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동계스포츠의 종목이었다. 올림픽 중계 때 얼핏 본 기억도 있지만 다른 채널로 금방 바꿔서 어떤 종목인지 기억도 나지 않기에 로봇청소기같은 스톰과 빗자루 같은 브러쉬(브롬)라는 주인공 을하의 표현에 공감하기도^^글솜씨 별로 없는 고등학생 차을하의 일기를 보는 것처럼 솔직하고 통통 튀는 재미난 표현들에 처음에는 신나게 읽었지만 산적과 친구들이 힘들어할 때는 뭉클하기도 했다.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여동생 덕분에 서울로 상경하게 된, 잘하는 것도 없고 컴퓨터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고1 차을하는 같은 학교 산적과 며루치(이 별명이 너무 강렬해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름보다는 별명만 기억난다.산적의 본명은 강산, 며루치의 본명은 서인용)에 의해 강제스카웃돼 컬링이라는 듣보잡 스포츠를 접하게 된다. 순전히 타의로….컬링을 파마머리로 떠올릴 정도로 컬링은 알지도 못했던 을하는 얼떨결에 그리고 차츰 컬링에 적응하는데…처음에는 비젼도 없는 컬링에 열심인 이해할 수 없는, 한심한 고딩오빠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명랑과 허세만 있는 줄 알았던 고딩들에겐 왕따의 아픔과 가난과 집나간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그리고 산적과 으랏차(차을하의 별명)는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던 3년전의 만남이 있었다. 어쩌면 컬링을 함께 하게 하게 된 결정적 동기가 된….을하가 산적에게 왜 자기를 선택했냐고 물었을 때 “너, 진짜 살기 싫은 표정이었으니까.”라고 말한 것처럼 감옥이라고 표현하는 학교생활에서 이런 표정으로 버티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함께 힘내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하는 폭력교사 학주나 아이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담임, 아이의 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으랏차의 엄마, 민중의 지팡이라면서 제대로 조사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부모없는 강산을 유치장에 넣어버린 경찰들,…실망가득 어른들과 나쁜 세상에 합의 같은 거 안하는 멋진 청소년들! 아니 ‘그냥 컬링팀’
경북 의성과 태릉, 우리나라에 딱 두개뿐인 컬링 경기장이 말하듯 핸드볼이나 스키점프처럼, 아니 그런 비인기종목보다 더 낯선 스포츠가 컬링이다. 올림픽같은 중요한 경기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인 컬링처럼 어른들이나 사회로부터 관심받지 못하고 오히려 무시당하는,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는 그렇고 그런 고등학교 남학생 몇명이 선택한 컬링 하지만 루저의 스포츠라는 컬링은 이 아이들을 당당한 청소년으로 성장시켰다. 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힘차게 정면승부를 준비하는 ‘그냥 컬링’ 팀! 컬링의 매력이 작전과 기술, 그리고 팀워크라고 한다. 작전과 기술은 부족하지만 팀워크만은 최고인 그냥 컬링팀의 멋진 경기를 응원해본다.
p.277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하고 있다, 컬링. 이 어둠 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달려간다. 함께 하기 위해서. 아마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