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의 블루픽션 시리즈 48번째 책 뚱보가 세상을 지배한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얻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책이었는데, 의외의 소득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은 키183cm에 몸무게 135kg의 뚱보소년 트로이와 천재기타리스트 커트의 이야기다.
트로이는 자신의 신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지하철에 뛰어들려고 하지만 커트에 의해 시도는 무산된다.
커트는 트로이와는 정반대의 몸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삐쩍 마른 몸에 금발의 꾀죄죄한 행색, 커트는 트로이의 목숨을 자기가 구했으니 점심을 사라고 한다.
그리고 커트는 트로이에게 밴드를 하자며 그에게 드러머가 되어 달라고 한다.
밴드 이름도 레이지테크토닉이라고 바로 짓고 연주 날짜까지 5주후에 한다는 아주 기막힌 이야기를 커트는 트로이에게 한다.
커트는 학교에서 퇴학당했으며, 신들린 기타리스트였고, 약물중독자 였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존재였으며, 갈 곳이 없는 아이였다.
트로이는 몸 때문에 항상 자신이 웃음거리라고 생각했었고, 동생마저도 그를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아이는 정상적이라는 시선으로 봤을 때 그 범위를 벗어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로이의 아버지는 커트가 트로이에게 용기를 가지게 해 주었다는 것에 고마워했던 것 같았다.
군인이면서 경호원 출신인 아버지가 엄마를 잃고 자란 아들이 자신의 신체 때문에 점점 소외되어 가고 위축되어 가던 것이 항상 마음이 아팠을 텐데, 그것을 커트가 해제시켜 준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말해주는 커트를 그 아이가 약물중독자라 하더라도 믿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감동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아이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모습과 트로이의 가족들이 화합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이 전해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주장면 묘사도 좋았었고, 트로이가 올리와의 드럼연주를 주고받았던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커트와 트로이가 멋진 밴드가 되어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나도 덤프클럽의 어느 한 구석에서 소리를 지르며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특별하고도 멋진 우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