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보면 웃음이 나오는 그림. 이 책의 표지이다. 게다가 제목도 뭔가 즐겁고 희망적이다. 그래서’ 어 이 책 한 번 읽어볼까?’ 라고 생각하게 됐다. 사실 읽다보면 그렇게 즐거운 이야기도 아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엄마 밑에서 정신 지체아인 누나와 형이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하지만 읽고 난다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을 보는 내내 세풍의 입장 속으로 완전히 몰입 되었다. 세풍이 화나는 일이 생기면 나도 같이 화나고, 기쁘면 같이 기쁘고, 챙피하면 같이 챙피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재미있었던 듯 하다. 우리가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또 다른 길에 있는 어른들을 바라보는 세풍의 시각은 색다르다.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시선이기 때문이리라. 평범한 학생이 이런 일을 겪는 것, 혹은 이런 일을 겪고있는 친구를 두는 것은 아주 흔치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어색하기도 하고 속 시원하기도 했던 것 같다.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폭력적인 선생님, 일명 날라리라 불리는 선생님도 학생들도 꺼려하는 학생. 그리고 내가 겪어보진 못했지만 여러 어른들. 폭력적인 선생님에게 당당하게 한 마디 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속 시원하고, 그렇지만 학교 밖의 어른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는 세풍을 보면서 후련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학교와 세상. 학교에 속해 있는 학생들에게는 세상이 동경의 대상이고 세상에서 서 있는 어른들에게는 학교가 그리움의 대상이다. 이 책의 세풍은 두 가지 모두에 속해 있고, 따라서 두 마음 모두 갖고 있다. 나는 그런 세풍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수도 있는 방법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고, 항상 당당하고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아영처럼 죽음을 생각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세풍은 주어진 환경에서 자기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을 위해 매우 노력한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행동한다. 그런 세풍의 모습을 보면서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의 긍정적인 면은 일부밖에 안되고 어른들이 말은 하지 않아도 작고 사소한 행복들이 많이 숨겨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다.
마음만은 언제나 싱그럽게.
책을 읽고나서 이 글을 보니 뭔가 느낌이 색달랐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이라면 마음만은 언제나 싱그럽게라는 말에 공감을 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말하는 가장 빛나고 예쁜 이 시간에 모두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을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공부를 하지 않은면 세풍이란 인물처럼 힘들고 괴롭게 살아갈꺼야 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을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런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어느 상황에 있던 내가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조금 힘들더라도 마음만은 언제나 싱그러울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