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는 동화책은 아주 좋은 내용이 아니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어 본 ‘분홍 토끼의 추석’은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라서 무척 흥미롭다.
추석에 대한 고리타분한 설명 대신 알록달록 예쁜 그림들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내용들이 자리잡았다.
6~9세 아이들이 읽기에 딱 적당한 것 같다.
쿵덕쿵덕 달나라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던 토끼는 실수로 절굿공이를 달 밖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토끼는 절굿공이를 잡으려고 조각구름 징검다리를 건너 은빛 마을로 내려왔다.
마을로 내려온 토끼는 추석 때의 사람들 모습을 다 지켜봤다.
할아버지 산소에 난 풀을 베는 성묘도 보고, 여러가지 추수한 곡식들을 빻는 모습도 지켜봤다.
친척들이 모두 모여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누며 추석 차례에 쓸 음식들을 만드는 장면도 보고, 송편을 솔잎과 함께 찐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같이 모여 노는데 자신은 조각구름이 사라져 달에도 가지 못하고 서운했던 토끼는 구름다리를 간절히 바랐다.
추석 아침, 모두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차례상을 차렸다.
햅쌀로 지은 밥과 토란구그 고기와 전, 햇밤과 대추, 송편을 차려놓고 향을 피우고 술을 따랐다.
토끼는 가짜 소와 사람들이 소놀이를 하는 것과 수줄과 암줄을 잡고 사람들이 흥겹게 줄다리기를 하는 장면도 지켜보며 구름에
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의 놀이가 너무나도 흥겨웠던 것이다.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을 보고 달이 생각난 토끼는 산봉우리의 연못에서 일렁이는 황금빛 달을 보고는 구름을 타고 올라갔다.
그날 밤 달나라 계수나무 아래로 들어간 토끼 아래서 사람들은 강강술래를 했다.
달동이는 토끼가 살고 있는 달님에게 오랫동안 소원도 빌었다.
분홍 토끼가 절굿공이를 떨어뜨리고 마을로 와서 추석에 하는 일들을 지켜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사람이 아닌 토끼의 시각에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은 모두 신기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이 믿는 ‘달 속에 사는 토끼’이야기를 사람들의 추석에 섞어 만든 이야기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