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에 있는 비룡소 책아울렛 까멜레옹에 가서 이 책을 샀다. 원래는 ‘아빠와 엄마와 딸의 10일간’이라는 책을 사려고 했었는데, 그 책은 이 책의 시리즈로서 ‘아빠와 딸의 7일간’의 후속편이었다. 그래서 두 권을 모두 산 후 이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설 연휴 동안 할머니 댁에서 읽었는데, 무척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이 책은 일본의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었다고 하는데, 언젠가 한번 보고 싶다. 원작을 이미 읽은 후 보면 더욱 이해도 잘 가지 않을까?
아빠, 엄마, 딸로 이루어진 가족은 평화롭게 각자의 삶에 충실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딸은 아빠를 너무나도 싫어했고, 아빠는 딸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딸의 태도에 속상해한다. 어느 날,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은 모두 급하게 할머니 댁을 찾아가지만 할머니는 괜찮으셨고, 모두 오해였다. 아빠와 딸은 할머니가 싸주신 뒷산의 복숭아를 먹고는 기차에 타서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갑작스런 대지진으로 기차는 전복되고, 아빠와 딸은 의식을 일고 병원으로 옮겨진다. 의식을 되찾은 아빠와 딸은 서로의 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얘기하지 않고, 서로의 일을 해주며 보내기로 하지만, 샤워도 해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하기 때문에 아빠와 딸은 엄청난 고생을 한다.
아빠와 딸의 영혼이 서로의 몸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책의 제목과 책의 뒤편에 적혀있는 내용들로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아빠와 딸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결심하는 장면에서는 좀 무서웠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 책에서처럼 사람들이 서로의 몸으로 뒤바뀌어있는데, 나에게만 얘기를 해주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딸, 고우메는 자신의 학교생활과 고대해 온, 고생 끝에 얻어낸 짝사랑 하던 겐타 선배와의 데이트를 아빠가 망칠까 봐 걱정한다. 데이트가 있는 토요일까지 몸이 다시 되돌려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모습을 한 아빠가 겐타 선배의 앞에 나타나야 할 터였다. 또, 화장품 회사 광성당에 근무하고 있는 아빠는 얼떨결에 팀장을 맡게 된 신제품 ‘레인보우 ; 드림’의 앞날을 고우메가 책임질 수 있을까 염려되었다. 회사에서는 상사의 눈치도 적당히 봐 가면서 조화를 이뤄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대망의 토요일까지도 아빠와 딸은 서로의 몸 속에 있었고, 아빠가 딸의 데이트에 나가주어야 할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고우메는 그런 아빠를 걱정하며 데이트 내내 아빠의 모습으로 근처에서 아빠를 지적했고, 딸의 데이트를 망쳐서 겐타 선배가 고우메를 싫어하도록 만들 작정을 한 아빠는 모든 행동을 거꾸로 한다. 하지만 엄청난 양의 햄버거 세트를 먹어대는 모습에도 겐타선배는 그저 많이 먹어서 예쁘구나’와 같은 눈길이었고, 결국은 아빠의 의도와는 반대로 데이트는 성공을 거둔다. 반면, 팀장이라는 명색에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아빠 때문에 고우메는 주말 아침 실컷 자지도 못하고 출근을 한다. 그런데 고우메는 아빠가 참석해야하는 중요한 회의에서 결국 자신의 의견 하나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윗사람의 눈치만 봐 가며 생활하는 회사 생활을 못 참고 잘못된 생각들을 뒤엎어 버린다. 전화로 그 내용을 듣고 있던 아빠는 경악을 하지만 결국 고우메의 뜻대로 회사는 바른 길로 가며 성공을 거둔다.
아빠가 고우메의 데이트를 일부러 망치려고 하는 장면이나 고우메가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며 과정들을 뒤엎는 발언을 할 때에는 정말 가슴이 떨렸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선택들이 모두 옳았고, 서로의 삶을 더 기분좋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다. 너무 다행스럽다.
회사에서 아빠를 좋아한다며 쫓아다니던 니시노 씨는 고우메의 영혼이 들어있는 아빠에게 고백을 하고, 고우메는 얼떨결에 ‘사랑하는 딸 때문에’라는 변명을 대며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결국 니시노 씨는 아빠의 딸, 즉 아빠의 영혼이 들어있는 고우메를 해치려고 하고, 부녀는 니시노 씨를 피해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가드레일에 부딪혀 또 다시 의식을 잃는다. 하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고, 더 좋은 소식은 둘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공원에서 니시노 씨가 칼을 들고 딸의 모습을 한 아빠를 해치려고 했을 때는 너무 놀라서 꼼짝 말고 책의 내용만 읽어나갔다. 얼마나 아빠를 좋아했으면 사랑에 방해가 되는 딸을 해하려 했을까– 물론 아빠는 니시노 씨를 좋아하지 않고,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딸을 죽였기 때문에 더 이상 감정이 없었을 테지만. 하지만 마지막 결말로 다시 사고를 당해 둘의 영혼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것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이제 두 사람도 주위의 눈치 보지 않으며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살아가겠지.
나는 원래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를 제외한 일본어 이름을 가진, 일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괴짜 탐정의 사건노트처럼 일본어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거슬리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신기하게도 아빠와 딸의 몸이 뒤바뀌어버리고, 그로 인해 겪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웃기면서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아빠와 엄마와 딸의 10일간도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