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아들
블루픽션 63
최상희 장편소설
비룡소
홍윤이 쓴 『물만두의 추리책방』을 읽어가면서, 과연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에 사로잡혔었다. 그만큼 세상에 추리소설을 너무나도 다양하게 많고, 내가 읽어본 추리 소설을 극히 일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어린 시절에 읽었고, 20대에 아가사 크리스티에 빠져 그녀의 추리소설을 거의 몽땅 읽었다는 것…… 오로지 이 사실 만으로 추리소설 매니아(?)라고 만족하고 있었으니……
아! 미드 CSI를 좋아해서, 거의 빼 놓지 않고 시청했다. 그래도, 그래도 부족해! 너무나 부족해!
그리고 최근 들어, 일본작가의 추리소설 몇편, 즉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은의 잭』과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추리소설 몇편, 고바야시 야스미의 소설 몇 편 정도……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매니아로 거듭나야지 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다. 21쪽에 나열된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제목이 너무나 낯익고, 77쪽의 김전일, 명탐정 코난, 고교생 탐정 Q도 친밀해지고, 165쪽의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까지도 아주 편하게 다가오는 탓이다. 물론 아직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읽지는 못했으나 『물만두의 추리책방』에서 그 이름을 여러 차례 만났기 때문에 아주 잘 아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는 말이다. ㅎㅎ 주말에 도서관에 가면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빌려봐야지~
세상물정을 너무 빤하게 아는 일찍 커버린 중학생 고기왕, 그리고 무능하고 정신머리 없는 지질한 그의 아빠(실은 그 재능을 담뿍 내재하고 있겠지만……) 삶에 지쳐버린 이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 엄마(나라도 멀리, 아주 멀리 도망가고 싶었을 것~)
유쾌하고 흥미로운 소년 탐정이 벌이는 추리소설인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재 사춘기 성장기의 아이들의 터져버릴 듯한 정신세계를 그리고 있다. 아이들은 왜 자살하는가? 아이들은 왜 왕따를 만드는가?
고기왕, 몽키 고민혁, 오유리, 연초롱, 유가련, 한송이, 이로빈, 이성윤을 등장시켜 중학생들의 학교내 폭력과 왕따, 그리고 자살 문제를 아주 실감나게 그려내었다. 중학생, 그 중에서도 제일 다루기 힘들다는 중2를 키우고 있으니, 나 또한 이런 문제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가 없다. 내 아이도 이들처럼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렇게 잔혹하게 행동할까? 내 아이만은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 있겠지?하는 소극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건설적인 치유책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아무래도 매일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카페를 찾아가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믹스를 매일매일 사먹고, 고명달 명탐정의 월세 압박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 혼자 갈 것이 아니고, 동네 아줌마들을 몽땅 끌고가서 매일매일 노닥거리는 거다. 그토록 고기왕이 먹고 싶어하는 김치도 담궈주고~ (나 말고 다른 아줌마들은 김치도 잘 담그고, 반찬도 뚝딱 잘 하니까~)
2012.6.7. 또다시 추리소설의 세계에서 놀고 있는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