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는 그런 인간이다.
한마디로 누구에게도 호감을 사기가 어려운.
그의 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과 커다란 소시지라도 입에 넣고 있는 양 우물거리는 입은 짜증이 나고 그 육중한 몸집은 아무 이유 없이 한 두 대 퍽퍽 치고 싶은..
그런 하워드가 사람들과 섞여 있는 모습에 연민을 느끼기까지 나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식당 주인 알프에게 권투를 배우다 후라이팬을 엎어 화상을 입는 장면에서 한참을 웃은 뒤 구겨진 종이 뭉치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색종이 조각 같은 그의 천진난만함이 마음에 들어왔다.
솔이나 솔의 엄마 바바라가 보았던 하워드의 착한 진심은 그렇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휘두른 폭력에 어린 하워드는 몸과 함께 마음도 심하게 병들게 된다. 학교의 누구도 그에게 따뜻한 배려를 보여주지 않았고 운이 없는 그에게 닥친 사고는 사회와 다시 격리시키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는 세상을 적으로 두지 않고 용감하게 화해의 손을 내민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은 소년 솔이다.
소년 솔.
그가 가진 능력은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아이처럼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하기 싫다고 떼를 부리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생활은 거리가 멀다.
그런 솔에게 느슨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여유로운 공기처럼 하워드는 딱 한 움큼의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을 통해 솔은 조금씩 자란다.
하워드가 솔을 데리고 대회장을 빠져나와 아버지가 계신 고향을 찾아 가는 며칠간의 여정은 마치 하워드의 불행한 과거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듯 안쓰럽고 불안하다.
늙고 힘없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에게 공부와 절제만을 강요하는 솔의 아빠
두 사람은 나이도 다르고 계층도 다르지만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는 위로하고 보듬는다.
짧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지겹거나 묵직한 추를 달고 책장을 넘겨가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어린잎을 살짝 살짝 건드리는 봄의 바람이나 햇살처럼 가볍고 따뜻한 느낌이 일관되게 흐르는 게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