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육아서를 보았다. 정말 많이.
하지만 이론과 현실의 엄청난 간극만을 느끼며, 난 정말 육아에 있어서는 늘 TKO패 당하는 선수였다.
‘이럴 땐, 어떻게 하면 되지? 방송에서 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했던가?’,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방송에선 아이를 한 순간에 제압해 순한 양이 되게 만들어 버리던데… 난 왜 아이한테 이렇게 휘둘리는지….
늘 큰 아이에게 시행착오를 하며 키운다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농담이 아니였다. 큰 아이는 늘 시험 대상이였다.
하지만 변명하듯, 난 부모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경험도 없다고…그렇게 소리없는 아우성을 친다.
그리고 알았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의 반항에 내가 그동안 잘못해 왔음을 알게 되였다.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다.
수직 관계에 있던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수평관계로 자리 이동한다는 걸. 이제 아이도 부모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부모를 평가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조금 더 일찍 아이의 심리를 알면 좋았으려만. 먼 길을 돌고 돌아서 이제서야 아이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여지껏 나와 아이와의 관계를 종속관계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아이를 늘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일거수 일투족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내 양육 방식에 드디어 아이가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사춘기란 이런 것인가? 많이 아파하고, 상처받고 그러면서 아이와의 관계를 생각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부모로써 늘 미숙했었는데… 아이가 나를 부모로서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아이의 마음 형성 과정을 설명할 때, 모든 것이 마음속에 채색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부모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부모가 아이였을 때, 그 부모로부터 받았던 많은 것들이 마음속에 채색되어 있다. 기억이 없다고 잊혀진 것이 아니다. 몸은 기억하고 있고, 그것이 감정 반응으로 나온다. 부모교육이 책대로 안 되는 이유이다. 알고도 그렇게 못하는 이유이다. 아이와의 갈등은 엄마와 아이의 싸움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아이와 엄마 속에 있는 ‘작은 아이’와의 싸움인 경우가 많다.’ 아이와 엄마 속에 있는 ‘주눅 든 아이’, ‘억울한 아이’, ‘불안한 아이’와의 싸움일 수 있다. 해서, 아이를 잘 이해하고, 잘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아이였고 우리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p 106, 107)
전에 아는 언니가 아이가 너무 산만하여 심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치료에서 보면 아이의 치료뿐 아니라, 엄마의 어린 시절까지 상담사가 물어오더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그 후, 방송을 통해 과거의 상처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과거로 회귀하는 심리치료를 많이 보았다.
우리는 아이를 육아함에 있어, 아이들의 심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 아이의 반응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안다면- 친구 아이가 어려서 자기 베개를 우리 집에 오는 데 가져가겠다고 해서 한바탕 울고 불고 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왜 그러는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심리학자가 말한 것처럼 주 양육대상인 엄마 속에 있는 ‘작은 아이’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아이와의 갈등에 있어서, 나와 아이가 이렇게 싸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이렇게 조그만 아이와 어른인 내가 싸우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내 속에 있는 ‘작은 아이’가 억눌렸던 자기 욕구를 드러내어 아이와 맞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는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구강기(0-1세), 항문기(1-3세), 남근기(3-5세), 잠복기(6-11세)’로 나누어 이 나이 또래의 발달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아이와의 관계도 돌아보게 한다. 나는 비록 사춘기와 아이와 서로 상처를 주며 아이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미리 알게 된다면 사춘기와 아이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있는 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에게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