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아프리카 르완다에는 잔이라는 소녀가 있다. 잔은 르완다의 소수 민족 투치족이다. 소수민족이니 뭐니 해도 평소처럼 시끌벅적하게 살던 잔. 그러나 갑자기 대통령이 죽었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 재앙이 왔다. 모두 같이 평화롭게 살던 후투족이 소수 민족인 투치족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병대와 농부가 칼을 들고, 군인들은 총을 들며 투치족을 모조리 말살한다. 이 민족대학살로 백만명이 죽었다. 이 책에서는 그 학살에서 살아남은 잔의 이야기이다.
어딜 가나 소수민족은 차별을 받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버텨내려면 더욱더 강해져야 한다. 잔은 민족대학살에서 살아남았다. 강해지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투치족은 이웃과 친구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들을 죽이려는 모습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어느 날, 시장은 군인들을 데려와 투치족 사람들을 마을회관에 넣은 뒤 수류탄을 던지게 한다. 잔은 몰래 빠져나왔다. 그 때, 잔은 맞고있는 엄마를 보지만 엄마는 가라고 한다. 눈물을 머금고 달리고, 결국 오빠, 아빠와 만난다. 잔은 동생은 생각도 안했는데, 오빠가 물어보니 동생을 안챙긴게 미안해진다. 그래도 오빠, 아빠, 자신이 살아남은 게 어디랴. 오빠도 결국 죽어 시체 구덩이로 끌려갔다. 잔의 머리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갈수 있을까? 다시 예전처럼 살수 있을까? 살아남을까? 모든 고민들이 머리속에서 엉키고 엉켜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한 후투족 여자의 도움으로 반군이 오고 있다는 마을로 간다. 그곳에 구사일생으로 왔지만 그래봤자 그 집에서 식모처럼 대한다. 식모를 데리고 살던 부잣집 딸이 식모가 되다니! 다른 아이들도 이렇겐 안됀다며 도망쳤다. 누구는 호수에 숨자고 하고, 누구는 돌아가자고 한다. 그러던 중, 반군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잔은 독일로 갔다.
르완다 내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이다. 1994년에는 김일성 사망에 미국 월드컵까지, 온 세계가 시끌벅적할 때에 아프리카 중심의 조그만 나라에서의 내전이라니…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곳에서 잔이라는 소녀는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이웃들이 갑자기 자신을 죽이려고 하다니…엄청난 패닉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친구인지 적인지는 최악의 상황에서나 알 수 있다” 친구였던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아이들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해 피했던 사람이 자신을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구해 주다니! 나는 이걸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걸 나쁘게 생각하면 누구든지 믿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를 대하든지 말이다.
잔은 죽음의 늪에서 살아남았다. 계속 밑으로 끌려들어갔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았다. 만약 잔이 포기했다면 잔은 살 수 있었을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 때, 잔은 살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사람은 자신의 희망을 버리면 안됀다는 걸 문득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