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림책에 대해 잘 모를때 책을 고르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출판사였고, 비룡소의 책이라면 우선 안심하고 골랐다. 그만큼 질좋은 책을 많이 출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봉봉 마녀는 10을 좋아해>는 고개가 갸웃해졌다. 하얀 도화지같은 아이들이 볼 그림책이라면 예술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특히 규모가 큰 출판사의 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에서는 동시와 잘 어울려서 재미있게 표현된 윤정주님의 그림이 왜 이렇게 조잡해졌는지 모르겠다. 줄거리도 억지스럽다. 그림동화, 세계 옛이야기, 전래동화 시리즈에서도 거의 훌륭한 작품들이 많은 비룡소의 그림책이 여기에서는 왜 학습지 수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면 <100층짜리집/이와이 도시오 글.그림/북뱅크>나 <아기 오리 열 두 마리는 너무 많아/채인선 글/유승하 그림/길벗어린이>정도 수준의 책은 되어야 비룡소답다.
겨우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기 학습에 내몰려 학습그림책을 봐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 책을 만들고 선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아이들에게,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감동과 재미를 겸비한 예술 작품 못지 않은 그림책을 줄 수 있는 비룡소 였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