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아기 키우기라길래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아기처럼 만든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표지 그림을 보니 밀가루 포대에 핑크색 원피스를 입히고 모자까지 씌웠네요. 그래서 더욱 내용이 궁금했답니다.
작가가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제가 참 재밌게 봤던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원작자 ‘앤 파인’입니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우습고 감동이 있는 영화였지요.
미국의 학생들도 말썽꾸러기들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초,중학생들이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주인공 사이먼 마틴도 소위 문제아반인 4C반입니다. 그 반이 아동 발달 연구 발표회 대상이 되고 과제물인 흰밀가루가 가득한 포대 자루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고 돌보라는 기가 막힌 과제물이 주어집니다.
사실 저도 이 과제물이 과연 무슨 효과가 있는지 의아했는데요. 책을 읽다보니 이해가 되고 감정이 전달이 되더라구요.
사이먼 마틴의 아버지는 십대인 젊은 나이에 아빠가 되었고 아이가 태어나자 아빠가 떠나버렸습니다.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부재로 어머니 혼자 고생을 많이 하며 아들 사이먼을 키웠고 사이먼도 사실 아버지가 그리웠던 것이지요.
사이먼은 비록 처음엔 밀가루 포대였지만 어느 새 밀가루지만 진짜 아기가 되었고 애틋한 정도 생겨버렸습니다. 인형도 아니고 강아지도 아닌데 감정이 생길까 싶지만 우리 아이들 어릴 적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겐 부모의 고단함 애틋함 이런 것을 조금은 알게 해주고 부모들에겐 아이들의 감정 전달이 되어 소통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비록 숙제고 그것도 정말 하기 싫은 숙제지만 그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 있다면 힘든 숙제한 보람은 있는 것이겠지요.
사실 밀가루 아기야 울기를 하나 징징대기를 하나 가만히 들고만 다니고 제자리에 잘 놓기만 하면 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식들을 키울때는 얼마나 힘든지 비할 바는 아니죠.
우리와는 조금 다른 정서지만 그 바탕은 비슷한 것 같아요. 부모, 형제 친구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룬 것이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밀가루 아기를 키우게 할 수는 없지만 그 마음만은 서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