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읽을 책을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을 다시 봤다.
내게 꼬부랑 할머니가 있었다. 정확히는 증조외할머니. 우리 엄마의 할머니. 정말 허리가 꼬부라져서 꼬부랑 할머니라고 불렀다. 너무 어릴 적이라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가물거리는데 그 모습만 생각난다. 옛날 분들은 허리가 꼬부라진 분들이 많았다. 밭에서 하는 일이 그렇고 집안 일도 그렇다. 그러다 집이 개량되고 밭 일을 기계가 도와주면서 허리가 많이 펴지긴 했다.
책 꼬부랑 할머니는 원래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가 아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아파서 아침마다 깨끗한 샘물을 떠놓고 기도를 한다. 할아버지 낫게 해 달라고.
물이 묻는다
‘왜 저 같은 물한테 자꾸 절하시는 거에요?’
‘새벽에 처음 길은 샘물은 신령인 게야. (중략) 신령한 물아, 우리 할아범 병이 낫게 해다오’
오랜 기도 덕에 할아버지 병이 낫게 되고 할머니는 기뻐서 마을을 돌아다닌다.
사람들에게도 동물에게도 꽃에게도 모든 사물에게도 고맙다고 절을 한다.
‘왜 저희에게 허리를 굽혀 절하시는 거예요?’ 라고 물음에 각자에게 다양한 이유를 말한다.
할아버지의 병이 다 나아 누구에게나 절을 하고 싶다는 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의 주무시는 모습이 닮아보여 귀여우면서도 애잔하다.
시인 김기택님의 첫그림책 ‘꼬부랑 꼬부랑 할머니’는 과하지 않은 색의 판화가 가득한 이 그림책은 따스한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살짝 눈물이 핑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