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숨어있는 악 ‘하이드’를 만들어냈다는 지킬박사의 고백은 어렸을 적, 나를 무진장 무섭게
만들곤했다. 그 후로는 가끔 이건 나쁜 짓인데… 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혹시나’
이러다 내 안의 하이드가 점점 커지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도 뿌연 안개낀 날이면 문득 그 거리를 헤매고 다닐지도 모르는 하이드가 생각나곤 했었는데
오랜만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안개와 신사로 유명한 런던, 그리고 그 런던에서도 멋진 신사로 소문난 지킬박사의 어울리지 않는
친구 하이드는 지킬 박사 유언장의 주인공인데다 보기만 해도 기분나쁜 소름 돋는 인물인지라
점점 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된다. 나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하이드,
하지만 그와 마주친 이들은 왠지 꺼려지는 그에게 대놓고 지적하거나 싸울 용기를 내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우리는 그의 얼굴이 어떨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만 어떻게 생겼다고 말해줄 수 없는 얼굴을 가졌다는 하이드,
아마 고전이란 그런 것인지 줄줄이 나열된 글이 없이도 상황 묘사, 분위기를 살짝 보여주는 글만으로도
다시금 내 안에 있는 악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게된다.
이번에 제대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야기를 읽어 본 아이들과 내 안의 하이드를 느껴본 적이
있는지 이야기하기 시간을 가져봤는데, 아이들은 아무래도 싸우고 싶을 때,
괜히라는 걸 알면서도 심통부리고 싶을 때 하이드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난 늦은 버스를 타고 오면서 느끼게 된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막 웃어댄다.
낮에는 그래도 조심스럽게 운전하던 엄마가 사실은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어떻게든 내보려는 버스안에서
그리고 자기 차선을 넘보는 다른 차들에게 클락션을 울려대는 버스 아저씨의 운전에서
‘씩’ 조커의 웃음을 날리는 하이드가 있다고 생각한다니 웃음이 나는 모양이다.
하지만 가끔은 누구에게나 이것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저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해줬더니 다들 이해가 잘 되는 듯하다.
점점 커가는 하이드를 두려워하면서도, 그가 나쁜 짓을 했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한번 하이드가 되고 싶어한 불쌍한 지킬을 이해하게 된 아이들은 인간의 선과 악, 그 사이를 언제고 삐집고 들어오는 인간의 여러갈래로 나뉘어진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이야기가 사실은 실화에서 나온 것이라 하니 더 놀라운 모양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선과 악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순간, 그 마음을 다스리는 선택권 또한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려주는 “지킬 박사와 아이드씨”의 이야기가 이런 저런 결정할 일이 많을 아이들에게 어떤 게 옳은 선택인가 하는 생각할 시간을 주지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