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인 아빠를 따라 경주로 이사한 호기심 많은 준호, 민호 형제는 새집 지하실에서 마법의 두루마리를 발견. 둘은 석기 시대, 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시대 등 시간을 넘나들며 우리 역사 속으로 짜릿한 모험을 떠나는데요. 이번 열 세번째 역사 여행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으로 변한 웅녀와 환웅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이 이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세운 고조선!
살을 태워 버릴 듯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비탈진 풀밭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는지 주위의 풀이며 농작물들이 모두 시들시들 하고 우리 안의 가축또한 모두 홀쭉한 별이네 마을은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는데요. 이는 나라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왕이나 관리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과 다르지 않네요. 그것도 산비탈길에서 만난 별이를 따라 마을로 가는 길에 무심코 바위를 바라보던 준호가 눈을 반짝, 원래부터 자연 속에 만들어진 바위가 아니라 일부러 사람이 옮겨 놓은 거 같은 두 개의 받침돌 위에 넓적한 돌을 얹어 놓은 것이 너무나 눈에 익어요.
“어, 맞다! 저번에 강화도에서 아빠랑 봤던 고인돌이랑 비슷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면서 두루마리의 지도에 영토가 북쪽까지 넓게 뻗고 한반도에 고인돌이 있었던 시대는 고조선 시대뿐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그러자 한번도 본 적 없다고 좋아하는 수진까지 감탄하자 별이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봐요. 그도 그럴것이 오늘날 세계 문화유산 등재된 고인돌은 고조선 시대의 무덤으로 그 크기와 형식이 다양한 대표적인 청동기 유적으로 평가돼죠.
모양에 따라서 탁자처럼 시신을 놓는 돌방을 먼저 만들고 받침돌을 괸 다음 그 위에 돌을 덮은 탁자식(북방식)과 땅 밑에 돌방을 만들고 낮은 받침돌을 괴어 돌을 덮는 바둑판식(남방식), 그리고 받침돌없이 땅 밑의 돌방을 덮은 개석식 등으로 나눠요. 그 중 크기가 큰 고인돌은 지금처럼 무거운 돌도 쉽게 옮길 수 있는 장비없이 고인돌 덮게돌의 무게만 80여톤이 넘는 그 엄청난 무게를 옮길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지배자의 무덤일 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북방식 고인돌은 전체 높이가 2.6m, 덮개돌의 길이가 7.1m가 되는 강화 지석묘로 고인돌에 시신을 묻을 때는 토기나 비파형 동검과 청동도끼 등도 함께 넣었다고 하니 당시 흙으로 만든 민무늬 토기를 사용. 토기가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겉면에 빗살무늬를 새겼던 신석기 때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토기를 단단하게 굽는 기술이 발달하여 무늬를 넣지 않고도 곡식을 저장하거나 보관하기 더 편하다죠.
하지만 물을 저장해 두는 저수지 등이 없어 비가 내려야 필요한 물을 얻을 수 있으니 마을의 최고 권력자인 제사장이 기우제를 지내려는 거죠. 이 때 사냥 나갔던 별이 아버지가 겨우 잡아 온 건 토끼 두마리뿐.. 조금전 친구들앞에서 아빠가 사냥을 얼마나 잘하는지 으스대며 자랑했던 게 별이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죠. 예전같으면 멧돼지나 사슴 정도여야 하는데 마을 사람들 모두 제사장의 눈치만 살피다 사냥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토끼를 꺼내는 순간, 제사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거 보니 감히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지요.
잠시후 침묵을 깨고 제사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별이는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어요. 가축우리에 사슴이라고는 딱 한마리, 별이의 사슴밖에 없었으니 눈 앞에서 어떡하든 사슴을 구하고픈 별이의 발버둥이 혹여 제사장의 노여움을 살까 더 애가 타는 아버지의 억센 손에 붙잡혀 꼼짝할 수 없는 별이가 가엽기 그지없네요. 그리고 별안간 가축우리에 갇히고만 아이들은 제사장의 말이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게 이해가 되지않아 분통을 터트리고 마는데요.
마을 사람들이 별이의 사슴을 끌고 가려 할때 온몸으로 별이와 사슴을 에워싸며 막아도 봤지만 소용없어요. 여기 고조선에서는 제사장의 말이 곧 법! 마을에서는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사형에 처하는 가하며 도둑질을 한 자는 노비로 삼고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곡식으로 갚게 하는 등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법을 따라야 하죠. 그뿐 아니라 사냥한 짐승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어요. 더욱이 고조선을 세웠다고 전해지는 단군또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일 가능성이 크며 곧 고대 사회를 다스리는 통치자의 역할도 함께 하기에 당시 제사장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짐작이 가네요.
별이도 체념한 듯 기우제 행렬을 바라봐요. 접시처럼 둥근 청동 거울을 목에 걸고 허리에 청동 검을 찬 제사장은 청동방울이 달린 지팡이를 짚고 행렬을 이끄는데 제사장이 착용하는 도구 하나 하나에도 중요한 의미가 다 담겨 있네요. 드디어 기우제 시작을 알리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요란한 청동 방울 소리와 북소리,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허공을 가득 메우자 그때까지 꾹 참았던 눈물을 보이는 별이도 마을 사람들과 모두 하나같이 간절히 비가 오기를 빌어요.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준호와 민호와 수진도 뭔가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고조선 사람들처럼 땅에 엎드려 사슴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꼭 비를 내려 달라고 애타게 기도해요.
신기하게도 마치 산에서 피어 올라간 검은 연기가 구름으로 변한 듯 얼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 동시에 준호의 배낭에서 두루마리가 꿈틀하지만 준호는 번개 빛에 놀라 두루마리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죠. 게다가 거짓말처럼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와 삽시간에 온 하늘을 뒤덮고 빗방울이 뚝뚝..점점 차가운 빗방울이 커지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러요. “비다! 비다!” 다시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잇달아 우르릉 꽝꽝 천둥소리에 놀라 바닥에 엎드려 덜덜 떨어도
이 순간 메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소중한 빗줄기가 얼마나 반가운지 당장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아니었다면 비로소 마을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는 별이와 인사도 없이 헤어지지는 않았을 거 같네요. 그래도 이제 별이네 마을에 풍년이 들 생각에 아이들 마음도 어느새 풍년이네요. 주로 돌과 나무로 만든 괭이, 따비, 돌낫 같은 농기구로 함께 농사를 짓고 다락형태의 공동창고마다 곡식이 가득하고 집 안에서 음식을 해먹으며 오손도손 살아가는 모습..신기한 두루마리덕분에 고조선 사람들의 생활모습이나 초등 사회교과서에서 배우는 중요한 역사적 특징들을 미리 익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