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 고은찬!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4월 29일 | 정가 16,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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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우렁찬 기합 소리를 내며 힘껏 바벨을 들어 올리는 은찬이의 모습이 담긴 표지가 보인다.

책을 다 읽은 뒤 만나는 은찬이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책 속에서 금방이라도 웃으며 뛰어 나올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더해

주는  재치있는 그림까지 있어 책을 읽는 맛이 난다. 어쩌면 책장이 이리도 빨리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일까? 내가 이렇게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던가,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 은찬이의 이야기…

책을 잡으면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같은 사람을 이리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눈에 힘을 팍 주고

책 속에 빠져 들게 한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또 하나, 이것만으로 내가 이 책에 반해버린 것은

결코 아니다. 바로 우리 아들, 9살 난 우리 아이때문이다. 나는 읽지 않으면서 아이는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이기적인 바람…나 역시 그런 바람을 가진 엄마다. 그리고 우리 아이, 엄청난 개구쟁이인 우리

아들은 아직은 그림책을 더 좋아한다. 그것도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우리 아이가 책을 읽고 있다. 그것도 그림책이 아닌 200쪽 가까이 되는 일공일삼 읽기책

시리즈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 놀라운 것은 TV도 컴퓨터 게임도 뒤로 한 채…밤 9시면 꿈나라로

가야하는 아이가 10시가 넘도록 은찬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덩달아 나도 같이 읽기

시작했다. (참, 우리 집엔 요 책이 두 권이다. 그 중 한 권은 울 아들이 무척 좋아하는, 아주 멋진 분께서

선물해 주신 정말 특별한 책이다.) 서로 몇 쪽을 읽느냐고 확인까지 하면서… 예슬이 앞에서 방귀 뀐

이야기 읽었냐고, 역도부 코치님이 찾아 왔느냐고, 은찬이가 냉면을 왜 싫어하는지 아느냐고….이렇게

자신이 읽고 있는 부분, 읽은 부분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그렇게 우리는 어느새 은찬이와 친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고은찬… 먹어도 배고픈 159센티미터에 79킬로그램, 좀 통통해도 마음은 여린 남자다.

아, 나이는 12살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은찬이에게 엄마는 자꾸만 살을 빼라고 한다.

비만 교실에 다니라며 냉장고 문 앞에 떡하니 ‘경고장’을 붙여 놓는다.

 

 

 

그런 은찬이에게 구세주가 나타나는데 바로 역도부 코치님이다. 그동안 쭉 지켜보고 있었다며 역도부 가입 신청서를

내민다. 이렇게 은찬이의 역도 인생은 시작되는 것일까? 그리고 은찬이 앞에 나타난 너무도 예쁜 예슬이~

예슬이가 너의 취미는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운동이라고, 그것도 역도라고, 그것도 모자라 아직 가입도

안 한 역도부라고 말해 버리는 은찬이…이렇게 은찬이는 벌써 역도 선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은찬이가

역도를 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리고 역도부 이야기를 꺼낸 바로 그 날 밤, 은찬이는 상상하지도 못한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새벽 2시, 목이 말라 부엌으로 간 은찬이는 포장도 안 뜯은 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한 손으로 코를 쥐고 주스를 마시듯 단숨에 들이키는 엄마를 보게 된다. 그리고 삽겹살 불판 밑에 모아 둔 기름을

밥그릇에 따르더니 얼음을 넣고 휘휘 저어 마시는, 구운 삼겹살을 볼이 터지도록 입게 넣고 꾸역꾸역 삼키는, 엄마를

보게 된다. 그러고는 씽크대에 먹은 걸 그대로 토하는 엄마…… 그렇다. 은찬이의 엄마는 비만이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엄마는 ‘비만 전문모델’이기 때문이다.

 

은찬이네 가족은 엄마와 은찬이 그리고 외할머니 이렇게 셋이다. 은찬이의 아빠는 격투기 선수였는데, 경기 도중

상대편 선수에게 머리를 맞고 링 위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아빠는 깨어나지 못하고 일주일 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시다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셨다. 은찬이가 1학년 때의 일이다. 그리고 은찬이의 외할머니는 당뇨성 망막증을

앓고 계신다.   

 

역도를 하면 살을 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들어가게 된 역도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기가 생긴다.

그런 은찬이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첫 대회에 나가게 되는데…

글의 줄거리는 여기까지!! ^^

 

본문 중에서 인상 깊은 대목이 있어 옮겨본다. 

 

“뚱보 주제에 무슨 운동을 하냐고 무시하는 사람들한테 뚱보도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졌어요.”

 

” 사람들이 알아주든 말든 그건 상관 안 해요. 인기 없어도 나는 역도가 좋아요. 바벨을 든 채 숨을 참고 있으면

꼭 시간이 멈춰 버리는 것 같아요. 내 몸 어딘가에 숨어 있던 이상한 힘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냥 좋아요. ”  – 본문 중에서

 

흔히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외모를 통해 한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 판단이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처음에 보았던 은찬이도 그랬다.

또래보다 훨씬 큰 엄청난 몸집에, 먹을 것만 좋아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그냥 그런 뚱뚱한 아이 정도로 밖에…

하지만 은찬이의 마음을 알면 알수록 어딘가 모르게 내 모습 같기도 하고 학창 시절 나의 친구 이야기 같은 생각

도 들었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그 밖에도 순간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감동만 있다면

이리도 빨리 책장이 넘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얼마 뒤, 아이 역시 킥킥거리며 웃고 있다. 이렇게 우리를 웃음 짓게 한 것은 아마도 전현정

작가님의 탁월한 유머, 재치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한가지…바로 그림을 그리신

박정섭 작가님이다. 어쩜 이리도 이야기의 맛을 잘 살렸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매력 만점의 그림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다. 은찬이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숨을 쉬었고, 곳곳에 시선을 멈추게 만드는 소품과

배경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작은 특징들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살려내는 그 세심함..박정섭 작가님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유쾌한 그림들이 참 좋다!, 그냥 좋다! ^_____^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펼쳐든 아이가 내게 말했다. 은찬이 이야기가 궁금해서, 뒷 얘기가 궁금해서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고.. 그러면서 또 이런 말을 했다. 책장이 왜이렇게 빨리 넘어가느냐고. 벌써 50쪽을 읽었다고.

100쪽을 읽었다고…

 

그렇다. <으랏차차 뚱보 클럽>은 우리 둘에게 참 특별한 즐거움을 선물해 준 고마운 책이다.

오랫동안 고은찬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는 기쁨을 맛보게 해 준 은찬이가

무척 사랑스럽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다. 이 세상 모든 은찬이를~~

 

멋지다, 고은찬! ^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