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푸근한 인상의 소중애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어요. 인자한 듯하시면서도 엄격함을 잃지 않으셨던 따뜻한 분위기가 글속에서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세 아이의 손에서 만들어진 찰흙 선생님의 모습이 변하는 걸 보면서 저절로 웃게 되네요. 아이들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들고요. 선생님을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하고..답답해 하면서도 궁금해 하고..아이들이 바라는 선생님의 모습이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어요.
벌청소를 하려고 남은 세 아이는 삼총사로 불릴 만큼 친한 사이였지요. 하지만 서로의 속사정이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상처까지는 모른 채 지내고 있었어요. 교실에 있는 찰흙으로 선생님의 얼굴을 만들면서 아이들의 속마음이 드러나요. 이혼한 부모님, 다문화 가정의 아이, 아픔을 감춘 아이들…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진 선생님 모습을 보면서 깔깔 웃지요. 공룡처럼 변신도 하고…바보처럼 보이기도 하고..선생님을 마구 변신해요. 찰흙속에서요.
과연 어디에서 선생님의 모습을 마음껏 상상하고, 내가 원하는 선생님 얼굴을 만들 수 있겠어요. 아이들은 정말 신났어요. 무섭고 잔소리 하는 선생님을 미워하고 두려워하기만 했을 텐데…선생님을 찰흙으로 만들면서 쌓이고 감추었던 마음을 실컷 풀지요. 몰래 하는 장난처럼..두근 거리는 장난처럼 아이들의 놀이는 신나게 펼쳐집니다.
아이들이 만드는 선생님 찰흙 모형이 바뀔 때마다 저도 즐거웠어요. 어쩜 아이들이 원하는 선생님에 대한 이상은 이런 거였구나 싶었고요. 공부를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좋고, 무섭지만 바르게 이끌어주시는 선생님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선생님은 편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인 것 같아요. 다소 만만하면서도 가까이 가기에 부담이 없는 이모나 삼촌같은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이 진심으로 따르고 좋아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따뜻한 동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