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선생님 만들기
여러분은 어렸을 때 어떤 선생님을 꿈꿨었나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5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선생님께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보라고 하셨지요. 저는 벌떡 일어나서, “번호 대신 이름을 불러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른이 된 후 생각해보니, 철부지 5학년의 그 요청은 어떤 의미로 도전적이기까지 하지만 순수를 담고 있네요. ‘왜 내가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려야 할까?’의 순수한 불편감 말예요. <내 맘대로 선생님 만들기>에 등장하는 개구쟁이 삼총사 가람, 창명, 기호도 참으로 순진하고 귀엽답니다. 요 세 녀석들, 미술 시간에 친구가 만든 찰흙 낙타 뭉개서 똥모양으로 만들지를 않나, 찰흙 부스러기를 ‘찰흙탄’이라며 전쟁놀이하듯 던지지를 않나… 이 세 꼬마에게 담임 선생님께서 어찌나 소리를 버럭 지르셨는지,책상 위 찰흙 가루가 바르르 떨렸다지 뭐예요?*
세 꼬마 벌칙으로 책상 사이사이에 떨어진 찰흙을 싹 다 주워놓아야 해요. 누가 개구쟁이아니랄까봐요? 요 녀석들,찰흙 덩이 똥이라며 코를 틀어막는 장난을 치더니만 아예 선생님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해요. 그냥 선생님이 아니라 “안 무서운 선생님” 말예요. 키가 작아서 선생님 올려다 보기 힘들었다던 기호는 찰흙 선생님에게 5등신 숏다리를 만들어 드렸어요. 선생님 손이 커서 무섭다더 창명이도 작은 손을 두개 만들어 팔 끝에 붙였지요. 이제 남은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얼굴. 과연 천사표 선생님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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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자잔! 삼총사 가람, 창명, 기호가 만든 찰흙 선생님은 활짝 웃는 얼굴이시네요. 초등학생이라 해도 좋을 동안이기도 하고요. 축구도 좋아하고, 아이들과 기타 치며 노래하고, 채집통 들고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전천후 선생님 답게 찰흙 소품도 주렁주렁 달고 탄생했어요.
소중애 동화 작가는, 찰흙 선생님을 앞에두고 장난치며 역할극을 하는 세 꼬마 친구들의 대화를 통해서, 생활 속 아이들의 가족 모습, 가정 생활, 습관과 기호 등을 드러내줍니다. 기호네는 엄마가 이혼하셔서 함께 살지 않고, 대신 베트남에서 온 새엄마랑 살아요. 기호가 학교에서 배운 한글을 새엄마꼐 가르쳐 드린답니다. 창명이는 수업시간에 책상을 컴퓨터 자판 두드리듯 두드릴 정도로 게임 중독이고요. 세 친구는 서로의 모습을 재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찰흙 선생님을 빌어서 서로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어요. 소중애 작가의 기발한 구상이 빛을 보이는 대목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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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예요. <내 맘대로 선생님 만들기>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찰흙 선생님은 웃는 모습이 아니라, 삐족한 송곳니를 마구 드러낸 무서운 괴물의 모습이네요. 일명 ‘티라노사우루스’….찰흙 선생님의 트랜스포메이션이 궁금한 예비독자는 어서, <내 맘대로 선생님 만들기>을 읽어보세요. 공룡 선생님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게 될거예요.
분홍색 찰흙으로 만든 선생님. 사실 아이는 더냇개의 선생님 모형을 만들었어요.팔색조 선생님이 좋은가보지요?
8세 꼬마에게 “선생님과 무엇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적어주었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혼자 열심히 적어 나왔습니다. 이크!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여자분이신데, 축구도 같이 하고 목욕도 같이 하고 싶다니? 아마도 찰흙 선생님과 하고 싶은 걸 적었나보지요? “찰흙 선생님이 웃는걸 보니까 진짜 선생님”같다고 느낀 아이다운 감성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다른 꼬마독자들은 선생님과 무엇을 함께 해보고 싶다할까요?<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