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집]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집

시리즈 블루픽션 71 | 최상희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0월 4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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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최상희 작가를 처음 만난건 <그냥, 컬링>을 통해서였다. 스포츠와 관련된 청소년 소설은 많았지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컬링’이라는 종목이 나와 새로웠다. 신선한 스포츠를 만났다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책속에 나오는 톡톡튀는 인물들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뒤로 나온 ‘명탐정의 아들’도 부리나케 읽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전작들을 읽었던 즐거움이 컸기에 이번에 만나는 작품도 큰 기대를 가지고 본다.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지만 청소년기이후 마음이 성장하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다. 사람들이 인문학을 통해 삶의 지혜를 찾아갈때 난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어떤 모습의 사람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작가들이 책을 쓴 동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조금은 독특한 제목의 ‘칸트의 집’. 혹시 청소년 대상을 한 철학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작가는 전직 기자라는 경험때문인지 이야기를 만날때마다 인물들이 살아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평소 인터뷰하고 싶었던 건축가와의 만남을 가지지는 못했다고 한다. 언젠가 만나리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병으로 돌아가셔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나중에 글을 쓰면 건축가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그런 간절함이 있었기에 우리는 마음으로 먼저 다가오는 이 책을 만나게 된것이다.

칸트의 집. 이 책에는 두 명의 칸트가 등장한다. 몰론 이름이 칸트는 아니고 나라는 인물 ‘열무’가 바라보는 두 명의 칸트가 있다. 한 명은 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형 ‘나무’와 의문의 인물 백발의 칸트 ‘소장님’이다. 한번도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지만 항상 열무의 마음 속에는 두 사람이 칸트이다. 늘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규칙적인 것에 집착하는 형과 항상 같은 시간에 산책을 가는 백발의 소장님을 열무는 칸트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두 살위인 형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는 ‘소나무’. 그런 형을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나 동정어린 시선에서 보호해 주어야 하는 동생 ‘소열무’. 살던 곳을 떠나 엄마와 함께 외진 바닷가로 이사를 오게 된다. 한적한 그곳에서 어느날 검은코트를 입은 남자가 항상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형처럼 규칙적이게 보이는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끔 궁금해지곤 했어요. 형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늘 아무도 필요 없고 아무와도 상관없는 표정 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궁금했어요. 형의 세상은 형의 머릿속에만 존재하죠. 형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세상으로 들어가면 절대 나올 생각이 없어요. (중략) 내가 동생이고, 동생이란 게 어떤 관계이고, 어떤 의미인지 알까요? 내가 죽는다고 해도 형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거에요. 조금도 슬퍼하지 않을 거에요. 그게…… 슬퍼요.” – 본문225 쪽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은 어떤 마음일까. 그런 형만 바라보는 엄마. 그런 형을 외면하는 아빠. 열무는 이런 현실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렇게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살고 그 누구와도 소통이 어려운 나무와 달리 스스로 남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인물이 있다. 열무가 칸트라 부르는 또 한사람의 인물. 건축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의 상처로 인해 그 누구와의 소통을 거부한체 자신이 지은 집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무엇인가에 갇혀사는 두 인물을  바라보는 열무.

보통의 청소년 소설이라고하면 학교나 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드러내며 인물들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조금은 색다르다. ‘집’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있다, 이 집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눈에 보이는 집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사는 집. 그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불행의 집을 짓고 사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마음의 집을 문을 활작 열어놓는 이가 있는가하면 어떤 이들은 그 누구도 들어올수 없게 문을 닫아버리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을 보며 내 마음의 집을 들여다보게 된다. 혹시 창문을 굳게 닫아놓고 빛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스스로 커튼을 치고 있는것은 아닌지. 그 어둠에서 헤어나는 방법은 내 스스로 커튼을 치고 창문을 활작 열어놓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