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내겐 어렵고 먼 존재로 느껴지는 분야다.
어렸을 때부터 국사책을 많이 읽고 국사공부는 하였다만, 여전히 국사를 다 알진 못한다. 우리나라 역사만으로도 어려운데, 세계사라니. 중요하다, 중요하다 하지만 내게 세계사는 늘 거부감이 느껴졌다.
이 책 또한 그러하였다. 세계사라니. 옛이야기처럼 읽는 세계사라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세계사 책이 여기 있다고? 이미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내게 이런 칭찬들은 신뢰성을 떨어트리고 왠지 모를 거부감만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좋은 감정을 가지고 책을 펼쳤냐고? 그것도 아니다.
그런데 의외였다. ‘인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인류의 기원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을 모두 모으면 밤새 잠을 쫓으며 읽을 만한 재미있는 책 한권이 나올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들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 모두 믿을 수는 없다니? 흔하디 흔한 역사책과는 다르게 비판형의 말투로 시작하는 책. 이때부터 흥미가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상대적으로 친숙할 그리스인의 이야기부터 여러 가지 부족들의 예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총 8개의 시대분류에 따라 세계사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세계사라고 하면서 보통 시대분류가 된 한 권의 국사책 정도의 분량이길래, 내용이 완전 어린이들 수준이거나, 대충대충 정리된 책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분량정리를 잘해놨는지. 이 책 한권으로 세계사를 끝내기에는 조금 벅찰지 모르겠지만, 기초를 다지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공부할때도 중요한 토픽들을 적어놓고, 교과서의 페이지를 적어놓아서 마지막 정리할 때 교과서 페이지와 비교해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186p가 그랬다.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찾아보기’ 라고 되 있는 부분인데, 중요한 토픽들이 써있고 그 옆에 페이지가 쓰여져 있어, 바로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세계사를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정말, 앞에 쓰여진 대로 옛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여서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읽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내 첫 세계사 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시작을 잘 끊어놔 세계사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듯 해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역사 부분에서 전쟁이나 갈등 등 현대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책에서 알게 된 것이 많았다. 역사중 몇천년에 가깝게 발달되어 온 것 보다 최근 몇백년에 발전된게 더 크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이책에서도 ‘현대인은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자동차가 처음 달리고 비행기가 처음 나는 것을 보았고, 첫 번째 라디오 방송과 첫 번째 텔레비전 방송을 지켜봤다.물리학, 화학, 의학 및 의술의 놀라운 발전도 목격했고, 완벽한 자동화 시설을 갖춘 공장들이 생겨나는 것도 보았다. 자동화된 공장에서는 인간의 뇌만큼 섬세한 기계 장치들이 노동자 몇 백명이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해냈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는가. 자못 현대사의 중요함도 느끼고, 지금의 역사가 발전해 나가는 것의 증인은 나라는 사실도 자랑스러웠다.
내가 처음 핸드폰을 샀을 때에는 폴더 핸드폰을 사용했다가, 그 다음엔 터치폰을 사용했고, 그 다음에는 조그마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가, 현재는 손바닥 만한 커다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이것도 정보사회가 발전해가는 것의 증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 괜히 뿌듯하였다 . 역사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과거의 역사를 반성해나가고, 현재의 역사를 개척해 나가고, 미래의 역사를 꾸려 나가는 것도 우리일 것이다. 괜히 역사를 알아야 하는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세계사에 대해 관심도 많이 가지고 때론 흐름을 볼 수 있는 책, 때론 세부적인 시대 하나를 다루는 책도 읽어가며 역사를 느끼고, 역사를 반성하고 미래의 역사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종종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