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의 따끈따끈한 신간, 「빅 피쉬」
어떤 책일까 기대가 많았는데 기대대로 놀라운 책이네요.
우선 「빅 피쉬」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에요.
저 그동안 준이에게 많은 그림책을 보여줬어도 글자 없는 그림책은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어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몇번 고르기는 했었지만 마지막엔 결국 내려놓고 말았지요.
가장 큰 이유가 제가 어떻게 읽어줘야 할 지를 몰라서였어요.
글자가 없기에 온전히 제가 이야기를 엮어나가야 했기에 부담이 컸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준이도 좀 커서 아이와 대화가 되기에
둘이서 서로의 생각과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 책 발간되기 전부터 190컷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이란 얘기를 듣고 그 그림이 무척 궁금했답니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분은 2009년 CJ 그림책 축제, 2010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시고
또 2013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가이신 이기훈님이에요.
아무래도 엄마들 무슨무슨 상 받았다하면 더 좋아하시잖아요^^
글자없는 책이지만 뒷표지에 간단하게 이 책의 기본 줄거리가 소개되어 있어요.
커다란 물고기와 대홍수의 비밀
뭔가 흥미진진할거 같지 않나요?
타는듯 새빨간 태양아래 메마른 대지.
어떤 페이지에선 한 페이지 가득 한장의 그림만으로
어떤 페이지에선 작은 컷의 여러 그림을 엮어놓음으로서 비록 글은 없지만 이어지는 그림들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세밀한 선으로 꼼꼼한 작업을 통해 탄생한 그림답게 그림속의 사람들의 표정이나 배경으로 펼쳐진 모습들 모두 그 사실적임에 감탄을 금할수가 없어요.
작가님이 이 그림책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답니다.
제가 이 책을 보다 ‘이게 뭐지’ 했던 부분이 바로 이 그림이었어요.
빅 피쉬를 잡으러 가던 네명의 용사들이 만난 커다란 배.
하얀 머리의 노인 한 사람이 혼자서 커다란 배를 만들고 있어요.
이 그림을 보며 ‘어, 뭐야. 노아의 방준가’ 했어요.
나중에 출판사 리뷰를 보니 이 책은 작가가 거대한 물고기를 들고 사막을 뛰어가는 사람들을 그린 한 장의 그림과
이 그림에서 방주를 짓고 있는 노인을 비웃는 네 용사들이 보이시나요.
그림책의 마지막.
동물들은 거대한 방주에 탔지만 인간들은 오르지 못하고 물속에서 허우적 대는 모습.
이 그림을 보고 준이는 동물들이 참 나쁘대요.
사람들을 태워주지 않아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자기들만의 소유로 하려던 인간의 욕심도 나쁘지만
글이 없어 그림을 보며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가며 읽어야 하기에
책을 볼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져요.
또 아이와 저의 시선이 다르기에 무조건 제가 이야기 해주기보다 아이의 느낌을 물어가며 함께 읽었어요.
말 그대로 함께 읽었다는 말이 맞는것 같은 책이었어요.
책이 온 날부터 계속 독서대에 책을 올려두었어요.
그랬더니 놀다가다 이렇게 책을 보더라구요.
글자가 있는 책은 무조건 저에게 읽어달라 조르는데
글자가 없으니 아이 혼자서 자신만의 느낌으로 책을 보고 있네요.
이래서 글자 없는 그림책이 좋은가봐요.
「빅 피쉬」를 읽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는 글자 없는 그림책도 많이 보여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