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 – 글자 없는 그림책, 장편 SF영화 한편의 서사성과 메세지를 갖추다!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7 | 글, 그림 이기훈
연령 6~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1월 3일 | 정가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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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이야, 책 크다!” 가로가 무려 35cm에 달하는 큼직한 판형의 <빅피쉬>를 보더니 꼬마들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현관 앞 책포장을 뜯은 그 자리에서 책장 넘기기에 몰입합니다. “이거 고래야!” “아냐, 상어야!” 티격태격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 빅피쉬가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다양한 컷의 그림에 홀딱 마음을 빼앗겼나봅니다. 제목만큼이나 큼직한 판형의 <빅 피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 김도형의 지휘하에 수작업으로 제본했다 하네요. 아이들이 <빅 피쉬>를 하도 좋아해서 여행가방에 넣어가기엔 부담스러운 사이즈인데도 거제도까지 책을 데려왔네요. 낮에는 바다 구경하며 놀고 밤에는 <빅피쉬>보며 이야기 만들기, 덕분에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어요. 
 
글자가 하나 없어도 숨 죽이며 한 호흡에 책장을 넘기며 빨려들어가게 되는 <빅 피쉬>, 201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2013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이기훈 작가의 그린 두번째 책입니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촉망받는 그림책 작가로서의 이기훈 작가는 웅장하고도 섬세한 그림만으로 인간존재의 본성과 인간 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상상하게 하는 대 서사시를 지어냈습니다. 물고기를 들고 사막을 뛰어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그린 그림 한장에서 시작해서 190여 컷을 담은 거대한 그림책을 만들어낸 작가의 창작열에 거듭 감탄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헤아릴 수 없는 시점과 공간에서 가뭄에 스러져가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묘사하면서 시작됩니다. 태양은 원망스러우리만치 뜨겁고 붉게 타오르며 대지는 쩍쩍 갈라집니다.  고통을 감내할 임계점에 다달았을 때 집단에서 네 명의 전사를 선출합니다. 이들은 씻을 물은 커녕 마실 물조차 귀한 마당에 바가지 물로 목욕하고 배불리 진수성찬을 먹은 뒤 미션 완수를 위해 미지의 땅으로 떠납니다. 미션은 사실 신비한 방법으로 동굴 벽에 계시되어 있었지요. 세상을 물로 적셔주는 물 뿜는 빅피쉬를 공동체로 데려오기!  
 
네 명의 전사는 마치 전설의 초인이라도 된양, 불가능해 보였던 미션완수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갑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맨발로 쫙쫙 갈라진 땅 위를 걷고 걸어서, 커다란 기둥을 맨 손으로 기어올라갑니다. 올라가 보니 흰 머리가 무성한 노인 한 명이 거대한 방주를 만들고 있었지요. 조롱의 미소인지 감탄의 환희인지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려놓고 그들은 방주를 떠납니다. 도착한 곳은 거대하게 솟아오른 물 산…물이 콸콸콸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거대한 물고기(제 눈에는 고래이지만 아이들은 아직도 상어라고 하기에 그냥 물고기라고 해둘게요) 한마리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물이 대지를 적시는 이 환타지. 공중에 떠 있는 빅피쉬의 그림은 진정 강렬합니다.  

 

 

빅 피쉬를 공동체로 데려오기란 거의 불가능해보이는 임무이지만 네 명의 전사는 사력을 다해 빅피쉬를 잡아 땅으로 끌고 내려옵니다. 동물들은 이들을 저지하려 맹렬한 추격전을 벌입니다.
결국 공동체로 빅피쉬를 데려와 독점하려는 사람들은 커다란 우리를 만들었지요. 물도 못마시고 먹을 것도 없어 지쳤을 텐데도 순식간에 뚝딱뚝딱 거대한 우리를 만듭니다. 하지만 빅피쉬가 숨을 한번 크게 내쉬어 물을 뿜어내자 순식간에 망가지지요. 포기할 법도 한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더 거대한 우리를 짓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을 맹렬하게 저지하려 드는 동물들과 사투를 벌여가면서 말이지요. 비록 이기적 독점욕을 보이는 사람들이 얄밉더라도, 그 집단적 결집력과 행동력, 상황에 대처하는 뛰어난 능력들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물들 역시 지칠줄 모르고 인간과 싸우던 어느 날, 동물들은 집단적으로 방향을 바꾸어 공동체를 떠납니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축제를 벌이지요. 빅피쉬는 온건히 사람들의 몫이되었으니까요.
그러나 환희도 잠시, 빅 피쉬가 용트름하듯 몸을 움찔이며 입을 열자 대홍수가 일어났습니다. 공동체는 물론 사람들도 자취도 없이 거대한 홍수 속에 휩쓸려 갔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빅 피쉬>의 마지막 반전은 독자를 멍할 정도의 충격에 빠뜨립니다. 마지막 살아남은 인간이 구조의 손짓을 보였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방주에서의 밧줄이 아니라 거대한 빅피쉬의 입.
이기훈 작가는 결국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끝을 대멸종이라는 가장 무시무시한 상상으로 풀어낸 것일까요? 인간이라는 종의 입장에서는 대멸종이지만, 지구상 숱한 생명체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주는 기쁜 소식일지 모릅니다. <빅피쉬>는 환경 재앙의 시대에 인간 중심주의를 근엄하게 질타하는 묵직한 메세지를 담아낸 환타지입니다. 신성해보였던 빅 피쉬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반응이 아닌, 하늘에서 그 신성한 동물을 끌어내려 소유하고자했을 만큼 자만심과 자신감, 야심 역시 대단했던 인간 종의 최후를 우리는 이 아름다운 환타지 서사 그림책을 통해 기억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