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에 집착하는 편이다. 손에 혹은 가방에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간혹 눈을 쉬느라 책을 쉬긴 하지만 거의 들고 다닌다. 큰아이는 담요에 집착한다. 어릴 때 쓰던 담요인데 네 귀퉁이에서 한 귀퉁이를 특히 집착해서 정말 너덜거린다. 할머니 집에 가면 그 담요부터 찾고 너덜거리는 담요 귀퉁이를 잡고 좋아라 한다. 그게 마음에 안정을 주나 보다. 작은아이는 곰인형에 집착한다. 곰인형이 3마리인데 특히 분홍색 곰인형을 ‘곰이’라고 부르며 무척 애지중지한다. 하도 만지고 빨지 않아서 분홍색이 회색에 가까워져도 누구도 손을 못 대게 하고 자기 전엔 곰 두마리를 머리 맡에 두고 곰이는 옆에 끼고 잔다. 엄마가 있으면 곰돌이들은 다 머리맡으로 가는데 내가 옆에 없으면 곰이를 끼고 잔다.
지호은 말하는 까만 돌이 마음의 안정을 준다. 원래 줄리 아줌마의 것이지만 아줌마가 잃어버린 걸 우연히 주웠는데 아줌마한테 말도 못 하고 서랍 속에 숨겨두고 혼자 중얼거리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사실 말하는 돌이 내내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좀 까칠해서 말하고 싶을 때만 말을 하는데 누가 건드리면 ‘아야’ 비명을 지르고 간질이면 ‘히히’ 하고 웃기도 한다. 새와 말을 하고 아토피가 있어서 왕따를 당하는 지호에게 ‘이유없이 괴롭히는데 왜 당하고만 있냐’는 까만 돌의 물음에 지호도 용기를 낸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서는 줄리 아줌마는 지호 아빠의 친구 부인으로 남편을 잃고 방황하던 차에 까만 돌을 우연히 줍는데 영혼이 들어있다는 원주민의 말에 무섭기 보다 수호신으로 생각하고 의미 있는 돌이라 여기고 지호가 가지고 있다는 말에 자긴 이제 필요없으니 가지라고 한다. 원어민 자격으로 지호 학교에서 잠시 영어를 가르친다.
지호 아빠는 사고로 부인을 잃은 후 충격으로 말을 잃고 자신의 고민으로 지호를 돌보지 못하자 지호와 시골 어머니 집으로 내려와 산다. 우연히 지호의 까만 돌을 보게 되고 그동안 가슴 속에 맺혀있던 고민들을 말하고 스스로 풀고 삶에 대한 용기를 가진다. 지호가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자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다.
‘코끼리 아줌마의 햇살 도서관’의 작가 김 혜연님의 글은 따스하다. 햇살 도서관에서도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따스함을 찾게 도와주는데 이 책도 지호와 지호 아빠의 관계를 따스하게 이어주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간의 대화가 무척 필요함을 다시 상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