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들고 있는 상자와 꼭 다문 입이 궁금증을 더하는 표지다. 무슨 말 못할 비밀을 담았을까? 기존 일공일삼 책들이 200페이지임을 감안하면 3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꽤 묵직하다. 게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영국의 한 대학가 골목에서 거의 700년 가까이 된 일이라..
‘1355년, 옥스퍼드’로 시작하는 약간 바랜 색으로 바탕으로 한 첫 장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시민들과 떨어져 높은 성벽을 올리고 신앙과 학문 속으로 빠져든 학자들과 수도자들이 모인 영어권 최초의 칼리지 옥스퍼드는 신성시되어 학생들을 보호하는데 학생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옥스퍼드로 도피하자 사람들의 분노가 쌓이고 결국 학생들은 그들이 만들어놓은 필사본들은 젊은 사제 제임스가 지키기로 하고 캠브리지로 떠난다. 제임스는 홀로 지내다 다른 편에 살던 하녀 메리와 마주치게 되고 둘은 바람과 별과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성안으로 들어오게 되자 메리의 제안으로 성 바깥 성당의 지하묘소에 숨기고 제임스가 갖고 있던 책을 반으로 나눠 양피지로 꼭꼭 싸서 하나씩 가지고 다시 만나기로 하고 떠난다. 메리는 갈 곳이 없어 성당에 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아빠가 옥스퍼드의 한 대학 교환교수로 오게 되어 혜성이네 가족은 영국으로 와서 옥스퍼드 대학가와 다른 분위기의 천문대 골목 9호 집에 살게 된다. 길고 좁은 2층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2층 방에서 보는 천문대 건물은 마음에 든다. 아빠가 동생과 함께 행정실에 간 동안 200년이나 되었다는 천문대에 홀로 올라가지만 텅 빈 공간에 실망한다.
‘바나바’라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헬렌’으로 불리며 영어때문에 괴로워하지만 다양한 나라의 아이들을 만나고 엄마가 한국사람인 세라도 만나고 더 어린 중국인 메이와 놀아주며 베이비시터가 된 듯 느끼다 독일인이고 아이들의 심판관 역할을 하는 줄리아나와 친하게 지내며 적응해 간다. 각 과목을 연결한 수업을 듣고 수학과 미술시간엔 영어를 많이 쓰지 않아 좋다. 아이들에게 골탕을 먹고 화가 난 혜성에게 27호 할아버지는 “어떠니? 괜찮은 거지? 마음에 담아둘 것 없다. 어리석은 짓을 어리석은 짓으로 갚아서는 안 돼.”라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천문대에서 놀이공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27호 할아버지 알버트와 친하게 지내면서 점차 천문대에 관심이 가는 걸 느낀다.
건축답사 수업시간에 우연히 본 검은 그림자를 따라 처음 본 건물로 들어간 혜성은 캐서린이라는 여인을 만나는데 홈리스이고 사고로 장애를 가진 남편 아담과 사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옥스퍼드 출판사의 편집자였던 엠마는 천문학 관련 고서적에 관심을 갖고 옥스퍼드에 숨겨진 고서적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캐서린을 만난 혜성일 찾아오고 급기야 캐서린의 은둔처를 알아내어 캐서린이 가지고 있는 그림뭉치마저 빼앗으려 한다. 캐서린은 혜성에게 열쇠와 상자를 알버트에게 전해주길 부탁하고 아담과 떠난다. 할아버지에게 상자와 열쇠를 건네주고 혜성인 조용히 학교생활을 한다. 14세기에 그려진 캐서린이 보관하던 그림과 18세기에 지어진 천문대 탑의 부조. 이 천문대를 만든 건축가는 대체 어떻게 바람의 신들을 알고 있었을까?
줄리아나 친구인 잘생긴 마틴은 한국문화에 대해 알고 싶어 혜성을 찾아오고 11월에는 각 나라 물건들을 전시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행사인 인터내셔널 데이를 여는데 혜성인 복주머니를 내는데 동생이 아파서 엄마께 음식 준비를 말 못하고 그냥 조용히 행사에 참여하는데 알버트의 도움으로 한국을 알리고 (윷놀이와 새우깡) 한국노래를 부르라는 어른들의 부탁으로 주저하다 ‘섬집아이’를 부른다.
알버트 할아버지는 천문대 건축가를 찾아내고 캠브리지에서 제임스의 후손을 만나고 엠마의 속임수가 들통나고 급기야 메리의 책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사건들을 작가는 차분히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성미 급하게 읽다가는 숨 넘어갈 지경이지만 작가의 호흡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연결되어있구나 혜성이가 느낀 듯이 우린 먼지만큼이나 작은 존재이니 잘난척할 필요도 아웅다웅 하며 지낼 이유도 없고 알버트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어리석은 짓을 어리석은 짓으로 갚을 필요도 없다. 우리는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