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 천문대와 관련된 비밀을 알게된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천문대 골목의 비밀’을 읽고 조경숙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찾다 발견했다. (리뷰: 우리는 소중한 존재 ‘천문대 골목의 비밀’) 정조의 총애를 받았던 화원 김홍도의 마지막을 아는 사람은 없다. 김홍도를 검색하면 1745년-?이렇게 나온다. 작가는 그런 김홍도의 마지막을 생각하고 김홍도에게 만길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해준다.
김홍도와 가난한 집 아이 만길의 만남을 이야기하며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을의 논과 밭 삼 할을 가지고 있는 최 부자, 공노비 해방으로 새로운 삶을 기대한 관노비 득상의 아버지는 해방되지 않고 최 부자네로 넘겨지고 어느 날 야반도주를 하고 산적이 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 만길은 아버지가 관아 보수 공사에 나갔다가 많이 다쳐서 마을 최 부자 집에서 꾸어온 꿈벅이를 돌려보낸다. 득상은 주막에서 어떤 남자 둘이 비밀스럽게 쑥덕거리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소리를 만길에게 들려주고 둘은 그 좋은 날을 기대한다.
우연히 바위 아래의 빈집을 기웃거리다가 그 집에서 죽은듯 누워있는 노인을 보는데 노인의 호통에 깜짝 놀라 도망친다. 한양에서 온 한 선비는 죽어가는 노인을 만길이 간호하는 걸 보고 노인을 부탁한다며 돈을 준다. 호통쟁이 노인이 무섭긴 하지만 아버지의 부상으로 돈이 필요한 집에 도움을 주게되어 기뻐하지만 열일곱의 누나 만순은 서른도 훌쩍 넘은 건넛마을 홀아비 대장장이 김씨에게 쌀자루를 받고 시집가고 만순을 좋아했던 득상은 그 길로 사라진다.
만길은 노인의 식사를 챙기며 노인에게 글자도 배우고 노인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본다. 그런데 왜 임금의 총애를 받던 화원이 왜 이렇게 가난한 곳에 혼자 사는지 궁금하다. 노인의 수발을 들며 말씀을 들으며 하루에 한자씩 글을 익히며 하늘도 물도 나무도 다르게 보임을 느낀다. 스님의 뒷모습 그림을 보며 뒷모습이지만 표정을 느낀다. 누나도 떠나고 득상도 떠나가자 마침 한양에 간다는 노인을 따라간다. 두 사람은 산적에게 붙잡히지만 노인을 유명한 화원이라 소개하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산적의 거처로 간다. 큰 사건으로 두 사람은 산적의 믿음을 받게 되고, 노인의 그림과 만길의 나무 오리를 남기고 한양으로 떠난다.
한편 산으로 간 득상은 길을 잃고 쓰러지는데 보리 스님과 인덕 스님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한 모임에 동참한다.
한양으로 간 노인은 김참판의 집으로 가고 (만길은 자신이 알던 최 부자 집보다 훨씬 큰 집을 보고 놀란다) 김현감으로 불리며 극진한 대우를 받고 김참판의 부탁 ‘선왕께 그려드렸던 여덟폭 병풍을 그려주게. 주자의 시를 소재로 했다던 그림들 말일세’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반상의 구별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그들의 신임을 얻는 득상, 임금에게 바쳤던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없는 노인, 노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김참판과 극잔한 대접이 점점 싸늘하게 변해가는 사람들, 그림을 그릴 때의 노인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저렇게 무언가에 매달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만길.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소설이지만 김홍도의 고민과 그 시대의 모습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가진 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민초의 삶.. 포스팅으로 따로 만든 김홍도의 그림을 다시 보니 (http://blog.naver.com/soojinja/220030627184) 정조를 생각한 김홍도의 마음과 노인을 존경했던 만길의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마치 옛날 풍속화처럼 그린 허구님의 그림도 참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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