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습 ‘달님은 알지요’ (김 향이)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27 | 김향이 | 그림 권문희
연령 10~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4년 10월 10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삼성문학상 외 3건

그런 책이 있다. 읽은지 지났지만 자꾸 마음에 남는 책. 리뷰를 안 써서 더 마음에 걸리는  책. 이 책이 그렇다. 달님은 알지요. 물음표가 없어도 묻는 느낌이 들고 뭔가 애절함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로 간 엄마와 시골로 내려간 아빠를 가진 나우, 부모 없이 외삼촌 가족과 살면서 식당 일을 거들고 치매 할머니를 불평 없이 보살펴주는 홍곤의 이야기 ‘바람은 불어도’를 읽고 김향이 작가님이 궁금해졌다. (리뷰: 바람은 불어도 (김향이))

검색을 해보니 10년 전에 나온 책이 개정되어 다시 나온 책이 있다. ‘달님은 알지요’

무당집 아이 송화 이야기를 통해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을 담아 낸 작품

저마다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가슴 따뜻한 동화

작가는 씻김굿을 보고 그 북소리에 이끌려 마당굿 공연을 보고 무속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우리 현대사와 접목해 사건을 만들고 무당 할머니와 아버지, 손녀로 이어진 한 가족의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만남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사이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10년 후에 원고를 손보며 할머니의 말을 황해도 방언으로 되살렸고 토박이 말엔 설명을 더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동화에 대한 짝사랑을 느끼며 감사함이 솟아난다.

이오덕님의 추천사 (우리 토박이들의 이야기, 부디 그 귀중한 것을 확인하라)도 마음에 걸렸다.

엄마, 아빠를 모르고 할머니와 사는 송화. 그런데 할머니가 평범하지 않은 무당이라 창피하다. 할머니랑 단둘이 사는 것도 창피하고. 젖먹이 잃고 맘 고생이 심한 부돌이 엄마와 아빠가 할머니의 일을 돕는다.

걱정한대로 할머니 몰래 검정개를 숨겨서 부정 탄다고 꾸중을 듣지만 발을 잘못 디뎌 언덕에서 구른 걸 검정개 덕에 사람들이 송화를 찾아서 할머니는 못마땅하지만 모른 척 하시고, 검정개는 친구 영분네 맡긴다. 새침한 영분은 송화를 무당 집 아이라고 쳐다도 안 보고 송화도 좋은 감정을 갖지 않았는데 우연히 영분의 사연을 듣고 송화와 영분은 절친이 된다. 베갯잇으로 만든 베개인형을 가지고 놀고 동생 영희에게 옥춘당 (제사 때 쓰는 빨간 사탕)을 줘서 달래기도 한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간 엄마는 아빠 몰래 돌아오지만 아빠가 쫓아오자 동생 영희와 도망가는데 우연하게도 아버지는 사고로 죽고 영분과 동생 엄마는 서울로 올라간다. 송화는 아쉬운 마음을 말린 국화꽃을 넣은 꽃베개를 선물로 준다.

할머니 콩각시 금순네 이야기, 세계 제2차 대전, 해방 후 공부하러 갔다가 한국전쟁으로 피난 길에 올랐다가 길이 엇갈려 남편과 이별하고, 설상가상으로 품안의 아들 봉동과 뱃속의 아이를 잃어버리고 산속에서 만신을 신 어머니로 모시고 내림굿을 받는다. 어린 아들 봉동과 다시 만나지만 무당 엄마가 창피하다고 정을 붙이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그러다 아기 송화만 남기고 또 떠나고.. 송화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남들 같으면 자식들 효도 받으며 편안히 지내실 텐데 자기가 할머니의 짐이 된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아파한다. 

스스로 자립하여 어머니를 찾아온 송화 아버지는 할머니와 송화를 데리고 인천의 새로운 보금자리고 향한다. 할머니는 마지막 온 몸을 다해 볕고개 망배단에서 통일 굿을 벌인다. 아버지의 북소리와 함께.

한국사와 더불어 나온 가족의 모습은 정말 마음이 아프다. 일제식민지시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 그 시대의 모습을 책으로만 아는 아이들에게 사람들의 어울림, 가족간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더 나아가 전쟁과 이산가족 그리고 정신대 문제까지 넌지시 알려준다. 문득 권정생님의 ‘몽실 언니’가 떠오른다. 

농악놀이에 대한 표현이 정말 좋다.

‘은은하고 낮은 징소리는 점잖은 할아버지 같고, 수선스러운 꽹과리는 수다쟁이 아줌마 같고, 구수하고 질박한 북소리는 동네 일꾼 아저씨 같고, 낭랑한 장구 소리는 맵시 있는 아가씨의 춤사위 같았다. 한마디로 남녀노소가 어우러진 놀이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