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마니>를 읽고
희진
처음 이 책이 집에 도착했을 때, 택배 상자에 보내는 이가 ‘민음사 비룡소’라 적혀 있어 도대체 둘 중 어디에서 왔다는 건지 고민했다, 책 표지에는 분명히 비룡소라 적혀 있는데, 왜 생뚱맞게 갑자기 민음사는 적혀 있는 걸까.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니 비룡소는 사실 민음사의 자회사였다. 민음사에서 발간하던 ‘민음 어린이’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받아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인 비룡소가 만들어 진 것이었다. 비룡소와 민음사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 출판사가 이런 관계에 있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지 궁금했다.
책 표지가 정말 예뻐서 받자마자 읽기 시작하고 싶었다. (‘정말’ 예쁘다는 말보다는 더 격하게 ‘예쁨’을 강조하고 싶은데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에 가져가자 다른 친구들도 다 표지를 보고는 무슨 책인지 궁금해하고 빌려달라고 할 정도 였다.
사실 도착했을 때는 책 표지에 ‘2014 스튜디오 지브리 최신 애니메이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예쁜 표지에 옥의 티같은 느낌이 들어 계속 아쉬웠는데, 친구가 보더니 자국 안 남게 살살 잘 떼어줬다.
뒷면에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원작이라는 문구를 새긴 것으로도 모자라서 앞 표지에 스티커를 붙여서 까지 아직 한국에선 개봉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인지도도 그리 높지 않은 영화의 원작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꼭 끼워팔기를 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까웠다. 이 책 그자체로도 굉장히 가치있고 예쁜 소설이었는데, 다른 애니메이션의 원작이라는 것을 그렇게까지 강조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책 속 주인공 안나는 보이지 않는 ‘마법의 원’이 있고, 그 ‘안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신은 원 ‘바깥에’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평범한’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숨던 안나는 바닷가의 페그 부인 댁에 놀러가 여름을 지내던 도중 커다란 저택을 발견하고 그 저택이 자신을 기다려왔던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후 그 곳에 사는 마니를 만나게 되고, 둘의 우정 속에서 점차 안나는 세상을 향해 문을 열게된다.
책 문장 하나하나가 예뻐서 읽으면서 행복했다. 마치 동화같은 느낌의 책이었는데, 글자 크기도 커서 읽기 참 좋았다. 읽으면서 한 아이가 물의 요정을 만나 ‘물의 아이’로 새로 태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물의 아이들’이라는 책이 생각났는데, 둘 다 순수한 느낌의 책이라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항상 사람들 밖에 있던 안나는 마니와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린제이 부인이 “이 빗속에 밖에 나갔었단 말이냐?”라 물었을 때, 안나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하지만 지금은 안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안나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안나가 속상해하고 슬퍼할 때나 기뻐할 때나 쭉 안나의 감정을 따라 내 감정도 흘러갔는데, 군더더기 없이 솔직한 어조로 담담하게 풀어나간 문체 탓인 듯 했다. 책에서 실제로 ‘슬펐다’, ‘기뻤다’와 같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는 많이 쓰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린 소녀의 감정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도 아직 한국에선 개봉하지 않았지만 일본 극장에서 보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대해 볼만 할 것 같다.
살짝 본 애니메이션 장면들도 참 예뻐서 원작만큼 동화같은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기대된다. 애니메이션의 OST로 쓰인 Priscillia Ahn이 부른 “Fine on the Outside”도 가사가 이야기와 정말 잘 어울리고 듣기에도 좋아 벌써 몇 번이나 다시 들었다. 이런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접할 수 있어서 기쁘지만, 지브리오 스튜디오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소식은 조금 슬프다. 어렸을 때 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배달부 키키”, “토토로”, “귀를 기울이면”, “반딧불이의 묘” 등 지브리오 스튜디오의 많은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계속해서 돌려보곤 했는데……. 아마 많은 친구들이 어린 시절을 지브리오 스튜디오의 작품들과 보내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브리오 스튜디오의 해체는 마치 어린 시절의 증발과도 같은 느낌이어서 아쉬움이 더 하다. 대표이사 스즈키 토시오의 해명대로라면 지브리 스튜디오는 해체 후 재구축할 것이라 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이 꼭 지브리 스튜디오의 마지막 애니메이션이 되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