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당연히 작가가 누구인지부터 살펴보게 되었는데, 윤해연 작가는 71년생 신인작가더라. 적지 않은 나이의 신인 작가인지라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 지 무척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읽었다. 『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는 세 편의 단편동화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최근 들어 단편동화집을 종종 접하게 된다. 단편동화는 스토리는 간결하지만 반면 독자에게 다가오는 메시지나 느낌, 여운 등이 강한 경우가 많다. 단편동화 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내가 느끼는 바는 그런데… 딸 아이는 읽고 나서 스토리가 짧게 끝나서 아쉽다는 얘기를 하더라. 뭔가 이야기가 더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요즘 들어 명작 완역본 같은 긴~~ 책들이 좋다고 한다. 짧은 책은 시시하다나?^^ 딸아이의 취향을 존중하는 마음 한편으로 ‘네가 아직 단편의 맛은 잘 모르는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세 편 모두, 문장은 간결하고 담담한데 느낌은 무게감이 있고 여운이 깊이 남는다.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의 경우 영광이의 눈에 비친 아이들의 일상이 담담한 문장으로 간결하게 그려졌는데, 느끼는 바는 매우 무게감이 있다. 영광이가 낸 떠든 사람 명단을 받아든 선생님의 한숨처럼… 선생님은 다음 당번이 누구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말을 제대로 마치치 못한 채 교실을 나가신다. 반면 반 아이들 전체의 이름을 적었다가 다시 가위표를 친 명단을 제출한 영광이는 선생님이 특별한 말씀 없이 나가시자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덜고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그 아이의 말처럼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반 아이들을 ‘규제’해야하는 선생님의 입장과 고민끝에 반 아이들 모두를 적었다 지운 순수하디 순수한 동심이 마주친 것. 나는 그 순간 잠시 동안의 멍해짐을 느꼈다. 아이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내가 던진 돌』에서 봉구는 이제 곧 동생이 생긴다. 엄마는 아기를 낳으러 병원에 가셨다. 내심 새로 태어날 동생에 대해 시샘하는 마음이 생긴다. 마음이 언짢은 상태에서 무심코 던진 돌에 새가 맞았다. 새는 날갯짓을 해보지만 이내 날개를 축 늘어뜨린채 바위에 누워 움직이지 않는다. 봉구는 일부러 던진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던진 돌에 새가 죽었다는 자책감에 몹시 괴로워한다. 어쩌면 봉구가 던진 돌에는 동생을 시샘하는 마음이 실려있지 않았을까? 새의 죽음과 맞물려 동생 봉희가 태어난다. 봉희를 보는 순간 봉구의 마음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의 만감이 교차한다.
아빠가 내 손을 잡아서 봉희 손에 쥐어 주었다. 봉희는 내 검지를 꽉 쥐었다. 손가락에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따뜻하고 꽉 찬 느낌이었다.
이 순간 봉구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을까? 죽어있는 새를 앞으로 절대로 보지 않겠다고 했던 봉구는 종이상자와 예쁜 색종이, 풀, 그리고 땅을 파기에 딱 좋은 나뭇가지를 주워 새를 묻어주러 간다. 달려가는 그 발걸음은 이제 한결 가벼워보인다. 영화의 카메오 처럼 등장한 봉구네 중국집 배달부 형과의 대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인생의 아픔’을 그리 무겁지 않은 어조로 얘기하는 형의 얘기는 봉구의 마음에 어떤 실마리를 준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아파. 그리고 살면서도 아픈 일들을 많이 겪지. 그러면서 인생이 아프다는 걸 깨닫는 거라고. 너도 즐거운 건 금방 잊어먹는데 아픈 건 잘도 기억하지? 그게 다 죽을 때를 위해서야. 연습을 해야 죽을 때 엄처 아파도 견딜 수 있거든. 결국 인생 자체가 아픔이지! 알겠냐?”
『구두장이 할아버지』역시 죽음을 다루고 있는데, 그로 인한 상처와 치유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할아버지의 구둣방에 가려고 하운이와 지운이가 나섰다가 하운이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사이 지운이가 사고를 당해 죽게되었다. 하운이 역시 봉구처럼 어린 마음에 엄청난 자책감으로 말을 잃어버린다. 그 일로 인해 엄마, 아빠, 할아버지는 갈등의 연속이다. 구둣방이 철거되기 직전에 할아버지는 헌 구두를 주워다가 깨끗하게 수선을 한다. 그리고 촛불을 켰더니, 죽은 영혼의 그림자들이 모여들어 한 명씩 신발을 신고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그리고 마지막 그림자가 남았는데 바로 지운이 그림자다. 할아버지는 작고 귀여운 파란 운동화를 신겨서 지운이를 보낸다. 그동안 자기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마음이 꼭꼭 닫혀있던 하운이는 울면서 입을 연다. “지운아, 미안해…. 미안해…..”하며.
죽은 영혼의 그림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조금은 놀랐다. 스토리 전개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4학년 정도는 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생각났다. 어디에 대고 상처받은 마음을 풀어놓을 데가 없었던 장재열이 가상의 어린 자신을 만들어 환상과 환청을 겪는 이야기. 여기서는 여자친구인 지해수가 그 아이에게 신겨주라고 운동화를 사준다. 굉장히 따뜻함이 느껴졌던 드라마였는데… 어른이나 아이나 ‘압박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지 느끼게 된다.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압박되지 않도록 유지하여 건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 신체의 건강과 더불어 보살펴줘야하는 부분일 것이다. 나는 또 부모이기에 아이의 마음을 더 세심하게 살펴줘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잘 돼야하는데… 하는 생각까지. 내 주위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읽을 때도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더 느낌이 새롭다. 아이들에게 늘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만 읽힐 수는 없는 일. 때로는 삶과 죽음의 존재에 대한 무게감 있는 이야기가 그들의 사고의 폭을 넓히고 감정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수상작인 점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