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비룡소 클래식 28
어릴 적 [은하철도 999]란 만화 영화에 매료되었던 시간들을 소유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그 만화 영화의 원작동화인 일본 근대문학의 국민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인 [은하철도의 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는 법화경에 빠져 그것을 다룬 이야기를 썼다.
법화경이란 인간에 대한 끝없는 신뢰나 모든 생명의 행복, 타인을 위한 희생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그는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는 것과 모든 생명을 가엾게 여기고 사랑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소재가 독특하다. 과학 소설도 아닌 것이 은하라는 과학 속 세계를 아름답게 묘사했으며 드넓은 우주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그려냈다.
가난하고 불운해보이는 주인공 조반니, 그리고 그의 단짝 친구 캄파넬라는 은하 철도 여행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이별에 대한 것들을 깨닫게 된다. 죽음이라는 것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는 것, 광대한 우주의 어딘가에는 결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믿음, 은하라고 하는 광대하면서도 미지의 세계의 환상적 이미지가 이 소설을 더욱 더 끌어당기게 하는 힘을 가지게 해준다.
수십 년 전 작가의 머리 속에서 창작되어진 이 이야기가 그때는 참 신선하고 새로와서 그 소재만으로도 흥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환타지 소설이 전무했던 그 시절이기에 더욱 더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여러 모험과 인물들과의 만남, 그 속에서 터득되어지는 진리와 개념들이 쌓여 책은 어느덧 결말을 치닫는다.
다행스러운 건 그토록 기다렸던 존재의 출현이다.
“아빠가 왔어, 그만 일어나”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물론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코드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왜 이런 표현을 썼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부분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십 년 전 이런 소재를 생각해냈다는 것에 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그의 요절로 더이상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참 애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