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저택, 그린노위
책을 받는 순간 왠지 모르게 소실점이 저택 안에 위치한 나무에 집중되어 이목을 끌게 된다. 비밀의 저택이란 제목에 맞게 표지 분위기도 상당히 으스스해 보인다. 그린 것 같지 않은 느낌의 표지는 묘사가 잘되어 있다. 구름 한점 한점의 느낌은 모두 색다르다. 표지의 맨 아래서부터 나무앞에 까지 이어진 수 많은 발자국들은 누군가가 많이 드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또 하나의 단서다. 그리고 자세히보면 나무 옆에는 누군지 모르는 세 사람이 서있다. 책의 제목에 ‘비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 만으로도 미스터리 하고 흥미를 이끈다. 이야기를 읽기 전, 작가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니 역시나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이 책의 배경이 된다. 책을 읽다보면 이야기가 주는 재미만큼이나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이렇듯 작가의 경험이 중요한가 보다.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들이겠지만 현실 속에서 어떤일들을 경험하고 살고 있는 지에 따라 이야기의 색깔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예순의 적지 않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종종 마흔의 나이에 글쓰기에 등단한 박완서 작가를 떠올리며 뭔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시기도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예순이라는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을 통해 처음만나는 작가이기에 책 내용만큼이나 작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조그만 한 아이가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아직 어린 아이인데 보호자도 없이 혼자서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일까.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인가보다. 홍수에 잠긴 평야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열차안에서 이게 대홍수이고 자신이 노아의 방주로 가는 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의 이름은 ‘토즐랜드’ 이다. 지금 ‘그린노아’ 저택에 사는 올드노 증조할머니를 찾아가는 길이다.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머나먼 버마에 살고 계신다. 새어머니가 있긴 하지만 만난 적이 거의 없다. 토즐랜드는 자신에게도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계속 기숙사에 남아 다른 친구들과 달리 방학때도 기숙사에 남아 스포드 교장선생님과 그의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 보내야만 했다. 이제는 기숙사에 남아 외롭게 지내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올드노 증조할머니께 함께 살자는 편지가 온 것이다. 가족이 생겼다는 즐거움도 크지만 두려움도 크다. 아직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증조할머니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나이가 많아 무섭게 보이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증조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걱정과 달리 온화한 미소로 토즐랜드를 반기는 할머니. 집안 곳곳은 신기하기만 하다. 증조할머니는 이제부터 토즐랜드에게 줄여서 ‘톨리’ 라고 부르겠다고 한다. ‘톨리’라는 이름은 엄마가 불러주던 이름이었다. 처음 만난 토즐랜드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할머니. 무엇인가 이상하다. 하지만 이 집에서 사는 사람은 할머니뿐이 아니었다. 앞으로 이집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