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지은 옷을 보는 듯한 세밀화로 표지와 내용을 가득 채운 그림책,
이 책은 이태수 작가가 그리고 비룡소에서 “자연은 가깝다”라는 시리즈로 재출간된 세밀화 자연그림책이에요.
남자아이라서 자연관찰을 좋아할거라는 예상과 달리 자연관찰 전집을 냉대하는 아들.
그러나 그런 아들이지만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재미나게 읽고있는데요,
이 책은 마지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의 서정적인 글과 세밀화 그림이 어울어져 색다른 느낌이 들어요.
찬바람이 아직은 매서운 3월,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노랗게 하얗게 꽃피울 날 기다리는 개망초와 달맞이꽃이 봄기운 머금고 발그레해”라는 글.
계절적인 특징을 알려주는 첫 단락과 봄을 기다리는 꽃의 모습을 묘사한 두번째 단락.
다섯살 꼬맹이에겐 살짝 은유적일 수 있는 표현들이 어색하지만 또 그 새로움에 찬찬히 듣고있어요.
어느새 여름이 되고 장맛비가 내렸어요.
도시 빈터에 빗물이 고이면서 파릇파릇 풀이 돋아나고 소금쟁이, 잠자리가 날아왔어요.
“물이 생명을 부르고 생명을 낳았어”라는 표현을 별이가 참 좋아라하네요.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운 비온 뒤 여름의 풍경인데요,
세밀화로 그려져서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고
특징적인 동식물들에게는 모두 이름이 붙어있어서 하나 하나 찾아보는 재미또한 솔솔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보면 이 모든 장면에는 정확한 날짜와 공간이 있었음을 알게되어요.
특정 날짜, 특정 장소에서 작가가 보고 느낀 것을 그렸다는 걸 말이죠.
자기는 남자라서 군대를 가야한다고 알고있는 어린이.
그런데 왜 군대를 가야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는데요 이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서 남한과 북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철조망이 쳐져있는 군사지역 접근금지구역.
“철망이 걷히는 날, 그 날이 언제일지… 새들처럼 이 땅 저 땅 날고 싶어”라는 작가의 소망이 나와있어요.
자연관찰의 경우 우리가 생활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좋더라구요.
책 속에서 보았던 꽃들, 나무들, 그리고 동물들을 길가다 발견하면 더 좋아라하잖아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참 좋아요. 그래서 시리즈의 이름도 “자연은 가깝다”인듯 한데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도심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동식물들이 나와있으니 말이에요.
이태수 작가의 세밀화는 보리아기그림책과 봄,여름,가을,겨울 시리즈를 통해서 만나보았는데요,
볼 때마다 그 정밀함에 절로 감탄을 하게되는 것 같아요.
또한 곁들여진 이야기가 과하지않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우리 나라의 일년 열두달을 아우르고
우리네 상황들도 적절하게 배치되어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휙~ 읽어보는 것도 좋지만 계절별로 나눠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