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마녀』by 마거릿 마이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11월 21일 | 정가 11,500원
수상/추천 미국 도서관 협회 선정 외 2건

마녀의 존재를 믿는가?  갸우뚱도 아니고 말도 안된다고 단정을 지어버릴 나이가 되어버렸다.  물론소설 속 마녀라면 읽으면서 동화되어 믿는 듯 하고, 영화 속 마녀들 역시 그런다.  역사 속 마녀라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권력에 희생양인 여인들이 생각이 나니, 난 마녀를 믿지 않는다고 단언할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소설로 만나는 마녀들은 매력적이기에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순간엔 오로지 그녀들에게 빠져든다.  원제가 ‘The Changeover’인 『내 안의 마녀』는 제목 그대로 내면에 내제되어있는 마녀의 힘을 끌어내어 마녀로 전환을 해버린 로라의 이야기다.  이렇게 한줄로 써버리면 읽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을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만 한다면 말이다.  내가 쓴 한줄평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썸’이 빠져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속에 로맨스가 빠져있을리 없는것이 비룡소에서 나온 ‘블루픽션’중 하나이니 말이다.

 

 

 

블루픽션은 청소년 소설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 만난 이야기는 76번째까지 나온 작품들 중12번째 이야기다.  중학생인 딸아이가 좋아하기에 함께 읽는데, 블루픽션은 지금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다루지는 않는다.  중간 중간 고전이 섞여있어서 읽는 재미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고, 그러기에 책을 읽으면서 부모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면이 다분하다.  『내 안의 마녀』를 만나보자.  마녀는 분명 魔女, wicked이니, 여자여야 하는데, 남자 마녀가 있단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남자 마녀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 로라는 남들에게 없는 또 다른 능력이 있다.  섬뜻한 느낌이 들면서 경고를 보내는 무언가를 느끼는 능력.  오로지 로라만 느끼는 능력이다.  아빠가 이혼을 하고 나갈때도 남자 마녀가 전학왔을때도 느꼈던 그 위험한 경고를 로라는 또다시 경험한다.

 

경고로 인해 조심하고 또 조심했음에도 로라의 동생 ‘재코’에게 일어난 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카모디 브라크라는 껍데기만 남아있는듯 한 노인이 재코에 손등에 도장을 찍으면서 로라에게 전해지던 경고는 현실이 되어 지금까지의 무수한 경고보다 강력한 마법을 펼치기 시작한다.  끔찍하게 무섭고 힘든 마법을 말이다.  재코는 병원에서 진단할수 없는 병으로 점점 사라져가는데, 엄마에겐 믿을 수 없게도 크리스라는 애인이 생겨버렸다.  재코가 왜 저렇게 아픈 줄 그냥 알고 있는 로라.  마법을 없애는 방법은 오직 마녀들뿐이기에 로라는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마녀인 소렌슨 칼라일의 집을 찾아간다. 로라의 시선을 따라가면서도 정말 소렌슨 칼라일이 마녀일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도대체 소렌슨 본인의 입에서 마녀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고, 로라의 시선과 목소리로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로라의 착각인지 아닌지 알수가 없게 만든다. 그렇게 포기할때쯤 마거릿 마이는 마녀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남자 마녀의 존재를 말이다.

 

마녀의 존재가 드러나고, 이제 로라는 마녀를 통해서 재코에게 걸린 마법을 풀기를 원한다.  바로 풀어주면 편할텐데, 남자 마녀의 마법은 그리 강하지 않은지, 소렌슨의 엄마, 할머니 마녀는 민감자인 로라에게 마녀가 되어 그녀가 마법을 풀라고 권유를 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탈을 쓴 악령 카모디 브라크의 먹이가 되어버린 재코.  재코를 구할 방법은 브라크를 물리칠 힘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마녀가 되는 의식을 치러야한다고 하지만, 어떤것이든 처음은 생소하다.  목숨을 건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열네살 소녀는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 소녀와 소년은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아니, 소렌슨은 로라가 자신을 인지한 순간부터 궁금했을것이고 그 궁금증이 사랑의 감정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마녀의 집안에 태어난 남자아이.  마녀가 아닌 일반인으로 살게하기위해 입양을 보낸 엄마.  결국 돌아올수 밖에 없었던 마녀의 끈으로 이어진 소년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을것이고, 그 시선은 아이들의 풋풋한 감정을 건드렸을 것이다.

 

로라와 소렌슨의 이야기는 로라의 엄마와 크리스 아저씨의 모습을 비교시키면서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올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이들만 바라보기에는 시들어가는 엄마가 너무 애틋하다는걸 아이는 알아간다.  그리고 브라크에게 조금씩 생명력을 도둑맞으며 죽어가고 있는 재코.  『내 안의 마녀』는 해피엔딩이다.  로라가 어떻게 브라크를 물리치는지 스릴을 느끼게 하고, 로라의 changeover은 언어의 유희로 아름다움이란 이런거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짜릿하지 않은 달달한 사랑이 존재하고, 판타지의 세계같은 세계관이 흐르지만, 이 책은 역시 사랑의 강이 가장 넓고 깊게 흐른다.  동생을 살피는 누나의 마음.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 이성간의 또 다른 사랑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내가 만난 가장 근사한 내용은 재코의 말이었다.

 

“누나가 그렇게 말해지. 응?  누나가 ‘참아!’하고 말해서, 나 진짜로 참았어.  이렇게 참았어…” 재코는 주먹을 꽉 쥐고 오만상을 찡그렸다.  “참고 있으니까, 누나가 와서 나 꺼내 줬어.”  (p.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