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구할때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방향이다. 어렸을때부터 엄마에게 들어오기도 했지만, 살면서 남향이나 남동향집이 얼마나 사람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는 알기 때문에 볕이 잘 드는 남향집을 고르려 한다. 아침 햇살에 기운이 나고, 볕을 받아 뽀송뽀송하게 마르는 빨래는 햇살 냄새를 맡게 하기에 남향집은 언제나 로망이다. 물론, 항상 남향만을 고를 수는 없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동일한 면적의 위로 올라간 아파트는 높은 층이 아니면, 얼굴 맞데고 서 있는 건물로 인해, 아래층은 볕의 헤택을 덜 받게 된다. 집을 고르는 내 기준인 남향이 풍수의 하나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최창조 선생이 전하는 ‘제대로 된 풍수, 진짜 명당 이야기’인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를 읽다보니 이 또한 풍수학에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초에 사람이 있었다’로 시작되는 최창조 선생의 풍수 이야기는 사람이 이동하면서 자신이 머물 장소를 찾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댈 곳이 있고, 물이 흘렀으면 좋겠고, 반쯤 닫힌 공간을 원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인류학의 시작을 그려주고 있다. 아이가 어렸을때 좁은 공간을 좋아하는 것이나 반려동물들이 작고 어두운곳을 좋아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를 통해 저자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선호하는 장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은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에 관한 이야기다. 땅의 형세나 방위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학설을 풍수지리라 하는데, 풍수란 장풍득수(藏風得水), 곧 ‘바람을 피하고 물을 얻는다’는 뜻이란다. 흔히 풍수란 무덤을 생각하는데,묏자리를 잡는 음택만이 풍수가 아니라, 터를 잡는 양택 풍수와 땅을 고쳐쓰는 비보 풍수처럼 생소한 풍수 이론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저자인 최창조 선생은 과학적 객관성보다는 직관에 의지하고 주관적인 면이 많아 미신으로 치부되던 전통 풍수를,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유용한 실용 학문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러기에 이 책은 재미난 풍수의 이야기들로 미신으로 치부되었던 풍수가 우리 생활속에 얼마나 많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게 해주고 있다. 동네에 ‘로또 명당’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복권집이 있다. 1등이 몇번 나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곳은 로또 복권만 팔고 있다. 일반 복권집보다 복권이 많이 팔리기에 또 1등이 나오는 경우가 다른 업소들 보다 많아지면서 알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의 이야기처럼 ‘로또 명당’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분명 풍수는 과거 선조들의 이야기 같지만, 이런 집들을 보게 되면 옛사람들의 역사, 철학, 과학, 생활 등 어디에나 관련되어 있던 풍수적 사고와 문화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녹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전통 풍수의 모든 것을 현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며 현대에 맞게 변용(變容)해야 한다고 말한다.
풍수는 근본적으로 그 당시의 시대 상황에 맞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선인들의 지혜이며, 전통 풍수는 농촌을 대상으로 생긴 땅에 대한 경험 과학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문명의 발전과 도시 개발로 적용 가능한 풍수 이론의 근거 자체가 많이 사라졌다. 현대에도 조상의 묘인 음택을 잘해서 자식이 잘되었다고 하는 예들도 비일비재하게 들리긴 하지만, 명당이라는 곳이 변화를 하고 있다면 그 또한 옳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풍수를 통해서 조상들의 지혜를 옅보는 것은 역사를 알 수 있는 길이기에 흥미롭다. 명당의 입지를 설명해주는 풍수지리의 기본모델인 ‘혈’은 백호, 청룡, 득수, 안산에 둘러쌓여있고, 소조산, 중조산, 태조산이 앉고 있는 형상인 곳을 이야기하는데, 지금의 서울인 옛 한양도 이 풍수학에 맞추어 세워진 도읍지라고 한다.
임금이 머물던 경복궁은 혈의 위치에 있는 곳으로 북한산(현무)가 주산, 인왕산(백호), 낙산(청룡), 남산(주작, 안산), 북한산(소조산), 도봉산(중조산), 태백산(태조산)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청룡에 해당하는 낙산이 너무 작은것이 풍수 이론으로는 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의 기운을 채워주는 비보책으로 지금의 동대문인 ‘흥인지문’의 之를 넣었다는 것이다.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문), 숙정문(북문)과 비교하여 흘겨썼을때 산의 형태를 보이는 之를 넣어 산의 기운을 채워주었다고 하니, 선조들의 지혜를 옅볼수 있다. 물론, 이를 미신이라 칭하고 돌아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역사의 기본을 풍수학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면, 이 또한 흥미롭고 즐겁지 않겠는가? 최창조 서생의 풍수이야기는 전 2권으로 되어 있어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서는 다음 권을 만나야 하지만, 1권을 통해서 만난 풍수 이야기는 흥미를 가지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