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괴도 루팽에 푹 빠져서 읽고서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했다. 괴도 루팽은 어찌되었건 도둑인데 좋아해도 되나하며 양심을 가책을 느끼며 의문점을 품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은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루팽시리즈를 모두 읽었었다. 새로운 괴도시리즈를 읽으며 그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과연 괴도는 멋져야 한다. 이 책의 주인공 괴도 퀸은 호리호리하고 멋진 체격이다. 홈즈에게 왓슨이 있고, 루팽에게도 항상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있듯, 퀸에게도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조커가 있다. 마음씨 착한 인공지능 RD가 조종해주는 비행선 투르바두어에 타고서 그들은 전세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이번에는 린덴의 장미라는 보석을 훔치러 출동한다. 그런데 퀸보다도 먼저 보석을 훔친 자가 세븐링 서커스단의 일원이라는 단서를 얻게 되고, 서커스단에 잠입한다. 결국 서커스단장 화이트페이스와 담판을 지으려고 그의 내기를 받아들인다.
다시 퀸의 예고가 있는 서커스공연일에 누구로 변장할 지 알 수 없는 퀸을 잡기 위해, 경찰이 출동하고, 신문기자와 방송사가 몰려와서 서커스단 천막은 북적거린다. 최면술사, 마술사, 맹수조련사, 모두 한가지씩 특별한 능력이 있는 서커스단원들에 대한 설명은 마치 히어로 무비를 보는 것처럼 화려하다. 능력자들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이 정리가 잘 되지 않는데, 퀸이 진정한 변신은 자신마저 속여야 한다며, 누구로 변장할지를 알려주지 않으니, 도대체 이들중 누구로 변장한 것인지 신경이 곤두선다.
신비한 서커스장면들이 소개될 수록 이들 중 누가 퀸일것인가를 맞추는 것이 독자들에게 주어진 과업인데, 짐작도 못할 인물이 조커의 변신이었다는 사실이 먼저 밝혀지고, 역시 퀸도 멋지게 정체를 드러낸다. 괴도들의 작전에 실패란 없어야 한다. 그들의 미스터리함에 흠집을 내서는 안된다, 다음편을 위해서라도. 괴도들을 다룬 작품들은 다 시리즈가 아니던가! 퀸과 조커는 멋지게 작전에 성공하고 린덴의 장미를 훔쳐내는데 성공한다.
우리가 왜 괴도에 열광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우선 괴도들의 다양한 능력은 독자로 하여금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신출귀몰한 속도와 부러울 수밖에 없는 신체적 조건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경제적 능력, 예고행동을 할 수 있는 넘치는 자신감, 다채로운 재능. 거기에 우리의 퀸은 또하나의 깨알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엉뚱한 취미이다. 세상에나! 고양이 벼룩 잡아주기가 취미라니! 그리고 또, 진지하고 딱딱한 공권력을 비웃어주는 맛도 있지만, 재치와 명랑함도 빼지 말아야겠다. 알고보니 그는 자신을 위해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 아니다. 사라진 문화재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도둑질이라니… 결코 밉지 않은 도둑질이라고 해야할까? 역시 바로 이것이었구나! 마음 편하게 도둑을 좋아할 빌미를 이렇게 제공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