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이라고 하니 어릴적 보았던 외화 드라마가 생각난다.
우리와 살아가는 풍경은 분명 다르지만 개구쟁이 아이들이 등장하고
초원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들이 왠지 정겹게 여겨졌던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바로 이 책이란다.
할머니가 된 저자가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쓴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19세기 후반의 미국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짱둥이’ 시리즈나 ‘검정고무신’시리즈 처럼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을 추억하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엄마아빠의 어릴적 추억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정감있는 책이랄까?
황량한 숲과 쌓인 눈과 매서운 추위 속에서 오로지 그작은 통나무집만 따뜻하고 아늑하고 편안했다.
아빠와 엄마, 메리와 로라, 그리고 갓난이 캐리는 그집에서 행복했다.
특히 밤에는 더욱 행복했다.—p39
겨울이 되니 초원의 집은 겨울을 나기 위한 식량 준비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엄마 아빠만 분주히 일하는게 아니라 아이들도 할 수 있는 만큼 제몫을 다 하며 가족이 참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야기의 화자인 로라는 하루 일과가 늘 재미나고 행복한 것들로 가득하다.
엄마가 하는 일을 돕기도 하고 일의 과정을 상세히 들려주면서 거기에 행복이 있다고 말하고
아빠가 하는 일이나 퓨마나 곰과 싸우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거기에 행복이 있다고 말한다.
한 겨울 양식으로 돼지를 잡는 과정이나 훈제하는 과정에 참여를 하면서도 즐거워 하고
돼지 오줌통으로 공을 만들어 가지고 놀거나 돼지꼬리를 구워 먹는 이야기를 하며 너무도 행복한 로라!
안식일을 지켜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하는 일요일의 지루함마저도 행복하게 여겨지는 이야기들이다.
저녁마다 땔감으로 쓰는 불쏘시게를 양동이 하나가득 주워야 하는 일등, 아이들에게도 각각 해야할 일이 있고
엄마는 월화수목금토 요일마다 빨래를 하거나 버터를 만들거나 하는 일과를 정해 놓고 일을 한다.
이야기는 겨울에서 시작해 가을이 저물어가는 때까지의 초원에서의 로라의 가족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겨울엔 겨울의 봄, 여름, 가을엔 그 계절에만 할 수 있는 노동과 축제 이야기들이 참 정겹게 여겨지고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옛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삽화가 구수하고 가족이 하나로 똘똘 뭉쳐 4계절을 지혜롭게 살아 가는 이야기가
각자 개인주의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급급한 현대 사회와는 너무도 먼 이야기 같기만 하다.
먹을것도 넉넉치 않았던 그 시대에 먹을것들을 준비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도 행복이 묻어 나고
컴퓨터나 오락기가 없어도 늘상 엄마 아빠가 하는 일을 더불어 함께 참여하고 탐구하며 자연과 벗삼아 재미난 로라와 메리!
지금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잠들기 전 자장가처럼 바이올린을 켜고 잠 못드는 밤엔 곰과 퓨마등과의 모험담을 들려주는 책속의 이야기가
참 부럽기만 하다.
로라는 아늑한 집, 아빠와 엄마, 난롯불과 음악이 먼 옛날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게 기뻤다.
지금은 지금이니까 결코 잊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절대로 먼 옛날일 수 없다. —p222
지금 너무 행복한 로라처럼 우리도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가면서 핮참 시간이 흐른후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