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비룡소책들이 꽤 있는데, 아이들이 두루두루 좋아하는 책입니다.
이번주에 읽은 책은 비룡소의 신간 ‘겨울저녁’이에요.
글이 많지는 않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이랍니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유리 슐레비츠는 풍경을 주제로 여러 책을 창작했는데,
[새벽] [눈] [비오는 날] 등을 발표하여 칼데콧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책 역시 풍성한 그림이 마치 한 편의 시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에요.
강가에 이를 무렵 해가 저물어갑니다.
셋이 나란히 도시로 돌아갈 때쯤에는 서둘러 걷는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집으로, 어떤 사람들은 가게로 갑니다.
햇빛이 사라지자 도시는 불을 켭니다. 하나가 켜지고, 또 하나가 켜지고, 또 켜지고,
반짝이는 불빛, 은은한 불빛, 도시 곳곳이 빛납니다.
책 뒷면에는 그림책에 대한 해설이 나와 있어요.
‘알고보면 더욱 재미난 그림책’ 이라는데, 진짜 호기심이 들어서 읽어보았습니다. ㅎㅎ
그림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데, 촛대를 들고 행진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유대인들의 빛축제라고 불리는
‘하누카 축제’를 표현한 것입니다.
녹색과 검은색이 섞인 옷을 입은 아이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문화축제인 ‘콴자축제’를 나타낸 것이구요.
이렇듯 알고보면 그림이 더욱 풍부해지네요.
천천히 글을 읽어나가는 미카엘.
글이 짧으나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림을 보느라 한참씩 걸렸거든요.
해가 져서 깜깜해지는 그 시간을 그림으로 섬세하게 묘사해놓아서,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림 속의 저녁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기분이 든답니다.
아마, 미카엘도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점점 불빛들이 환하게 켜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날의 저녁을 표현한 것 같아?” 라고 물었더니
“크리스마스요.” 라고 말해주더라구요.
상점 내부의 모습을 보면 힌트가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가장 즐겁게 기다리는 저녁풍경이 아닐까 싶네요.
책을 읽고난 뒤에는 책내용에 대해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따뜻한 느낌이 나고, 평화로워보인다고 말하더군요.
가끔 저녁을 먹은 뒤 동네 산책을 나가는데, 그때의 기억이 오버랩되는 것도 같았어요.
책을 통해 자신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다는 것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