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로 변해 버린 실베스터는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원제 Sylvester and the Magic Pebble
출간일 2017년 2월 24일 | ISBN 978-89-491-1272-5
패키지 양장 · 변형판 209x276 · 40쪽 | 연령 5세 이상 | 가격 14,000원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88 | 분야 그림동화
수상/추천 칼데콧상
세기의 이야기꾼이자 어린이 그림책의 대가 윌리엄 스타이그에게 생애 첫 칼데콧 상을 안겨 준 고전 명작 그림책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윌리엄 스타이그는 이 작품으로 1970년 칼데콧 상을 받았으며, 미국교사협회(NEA: 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가 추천하는 ‘아동 권장 도서 100권’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또한 모리스 센닥, 윌리엄 조이스, 이언 포크너 등 유명 그림책 작가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은 꼬마 당나귀 실베스터가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 조약돌을 주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루어지게 하는 요술 조약돌을 제대로 써먹기도 전에, 실베스터 앞에 커다란 사자가 나타난다. 그러자 실베스터는 자지러질 듯 겁을 먹고, 다른 수를 써 보지도 못한 채 요술 조약돌에게 ‘바위가 되게 해 달라’고 빌게 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위의 몸으로 살아가게 된 실베스터. 실베스터는 당나귀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변신! 나 아닌 무언가가 되어 보는 독특한 즐거움
윌리엄 스타이그는 ‘변신’을 그림책의 소재로 자주 사용했다. 변신이라니, 누구나 어렸을 때 한번쯤은 외쳐 봤을 단어다. 누구나 변신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만,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변신이라는 단어에 더 쉽게 흥분하곤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이 되는 상상을 즐기고, 이미 그 무엇이 되었다는 듯 거침없이 행동한다. 분장 소품이나 이름표는 필요 없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냥 “나는 지금부터 로봇이야!” “어흥! 나는 호랑이다!”라고 외치기만 하면 된다. 변신할 소재는 무궁무진하게 널렸으니 변신 놀이가 지겨워질 리 없다. 아이들은 왜 변신 놀이를 즐길까? 아마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보는 그 찰나의 순간이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일 것이다. 내 맘대로 영웅이 되어 악당을 물리칠 수도 있고, 의사가 되어 환자를 치료할 수도 있다.
■ 본모습을 찾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도 변신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시냇가에서 놀다가 우연히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 조약돌을 주운 꼬마 당나귀 실베스터. 조약돌을 엄마 아빠에게 자랑하려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커다란 사자를 만나게 된다. 겁먹은 실베스터는 그만 ‘바위가 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고, 눈 깜짝할 새에 바위가 되어 버린다. 꼼짝없이 바위로 살 수밖에 없게 된 실베스터는 슬픔에 잠기지만, 차라리 바위에 익숙해지기로 결심하고 깊은 잠을 잔다. 이처럼 윌리엄 스타이그는 변신을 놀이의 장치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이 그림책에서 변신이란,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내가 지켜야 할 나의 본모습을 잃는 행위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원상 복귀’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가 나일 때 지킬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엄마 아빠가 우연히 실베스터(바위) 위에 앉았을 때 “난 다시 내가 되고 싶어. 원래 내 모습으로 정말, 정말, 되돌아가고 싶어!” 하고 실베스터가 생각하는 장면은 그래서 압권이다. 실베스터는 당나귀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껴안고, 입을 맞추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물론 변신 놀이는 내가 원하는 언제든 나로 돌아올 수 있으니 안전하다. 하지만 기술이 대폭 발달해 실제로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는 변신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이 책의 교훈을 받들어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하자. 가족에게 폭삭 안겨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실베스터처럼, 지금 내게 있는 것이 나에게 필요한 전부일지도 모르니까.
■ 다채로운 감정이 생생하게 배어 있는 그림
거침없이 슥슥 그린 선에 수채 물감으로 가득 채운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은 꾸미지 않은 듯하면서도 아늑하고 따뜻해 누구나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만이 가진 매력이 있는데, 바로 그림이 실제로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표정이나 배경 묘사 할 것 없이 장면마다 서로 다른 감정이 새어 나온다. 꼭 보는 이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말이다. 예컨대 요술 조약돌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실베스터, 실베스터를 험상궂은 표정으로 노려보는 사자, 사자 앞에서 식겁한 실베스터와 같은 장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실베스터의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에 한껏 이입하게 된다. 또 실베스터(바위)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쌓이고, 꽃이 피어날 때는 정말 세월이 흐른 것처럼 쓸쓸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그림책의 백미는 실베스터의 엄마 아빠다. 엄마 아빠는 아들 실베스터를 잃은 슬픔에 젖어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다. 실베스터가 그리워 어쩔 줄을 모르는 마음이, 뜨개질을 하던 천을 놓쳐 버린다거나 탁자에 몸을 기울이고 얼굴을 숙이고 있는 부모의 모습으로 실감 나게 표현되어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