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에 동심을 반영, 속도감과 재미를 선보인 작품

아이들은 공을 좋아한다. 모가 나지 않고 동글동글한 모양이 아이들의 마음이랑 비슷한데다, 던지거나 떨어뜨리면 천방지축 좌충우돌 아무 데나 부딪히는 모습이 아이들의 모습과 똑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놀이 할 때도 아이들은 자기가 최고의 선수, 일인자가 되고 싶어한다. 김정선 씨의 ‘야구공’도 어린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는 야구공이다. 세상의 여느 동그라미와 똑같아 보이겠지만, 이 야구공에는 누가 뭐래도 홈런볼이 되고자 하는 남모르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이루고 싶어하지만, 현실이 아이들의 꿈에 때로 방해가 되듯, 현실은 야구공의 꿈을 이루기에는 멀게 느껴지는 환경들뿐이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났을 때, 마냥 좋지만은 않은 장소에 뚝 떨어져 버렸을 때, 야구공은 때론 공상을 꿈꾸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야구 방망이에 “딱” 맞았을 땐 ‘날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본문 48쪽짜리 이 이야기 속에서 야구공은 철저히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상황은 다양한 그림 기법(콜라주, 펜, 수채화, 유화 등)으로, 다양한 야구공의 표정으로 익살스럽고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다.

행복은 영웅이 된다고 얻는 게 아니에요!

야구공은 자신이 그저 평범한 공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자친구도 없고,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강아지에게 쫓기고, 심술궂은 쌍둥이 아기들에게 뜯기고, 시궁창에서 쥐 떼들에게 쫓겨 온 맘과 몸이 지쳤을 때 야구공은 홈런볼이 되겠다는 꿈은커녕 존재의 슬픔마저 느끼게 된다. 그 때 찾아온 한 아이의 따뜻한 손길. 그 손길로 인해 야구공은, 진정한 행복은 홈런볼이 되어 영웅이 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참된 친구가 되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된다. 관계 속에서 꽃피는 소소한 정이 주는 행복의 의미, 그 의미를 깨달을 때 야구공은 홈런볼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가질 수 있었고, 이런 모습을 김정선의 『야구공』은 아이들에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