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학교

원제 DIE RUPELSCHULE

미하엘 엔데 | 그림 폴커 프레드리히 | 옮김 한미희

출간일 2005년 4월 25일 | ISBN 978-89-491-1137-7

패키지 양장 · 28쪽 | 연령 6~9세 | 가격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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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얌전한 어린이는 낙제! 멋대로 학교에서는 모든 것이 거꾸로예요. 고함을 지르고, 소란을 떨고, 집안은 엉망진창, 몸은 더럽게! 악악 악을 쓰고, 잉잉 떼를 쓰고, 쉴 새 없이 툭탁툭탁 싸움을 벌여야 좋은 점수를 받고요. 선생님은 버릇없이 구는 아이들만 좋아한대요.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의 작가 미하엘 엔데가 들려주는 이상한 학교 이야기. 멋대로 학교의 거꾸로 예절을 배우다 보면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을지도 몰라요.

편집자 리뷰

학교에 대한 따끔한 비판과 상식을 뒤엎는 쾌감이 담긴 그림책

백일의 백배, 만 일 동안 차를 타고 가면 ‘얼레꼴레 라는 나라가 나온다. 그 나라에는 제멋대로 구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데 소란을 피우고 주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쉴 새 없이 싸움을 벌여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 얼레꼴레나라의 학교에서 그렇게 제멋대로 예절을 가르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현실의 아이들과 달리 그곳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모두 깔끔하고 다소곳하고 얌전하기 때문이다. 『멋대로 학교』는 현실을 뒤엎는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다. 획일화된 모범생 만들기만을 쫓는 현실의 학교에 대한 비판 이전에 이런 뒤집힌 상황은 그 자체로 학교와 거기서 강요하는 예절이 갑갑한 아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제 멋대로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입학한 날부터 버릇없고 게걸스럽게 음식 먹기를 배우고 학년이 올라가며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씻지 않기, 방을 돼지우리로 만들기,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를 배우게 된다. 갈수록 과제는 어려워지고 내내 징징대고 투덜대기, 아무데서나 벌러덩 드러눕고 화를 내며 발버둥치기 같은 과정에 이르면 많은 아이들이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멋대로 학교의 졸업 시험, 마음씨가 얼마나 나쁜지, 얼마나 자주 싸우고 얼마나 물건들을 잘 부수는 지 등등을 보는 마지막 시험까지 통과하고 나야 ‘멋대로 대왕’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것은 다만 멀고 먼 얼레꼴레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일뿐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엔데는 그렇지 않은 현실을 상기시켜 준다. 여긴 얼레꼴레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그 곳에선 ‘멋대로 대왕’으로 칭송을 받을 아이들은 여기에서는 점점 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고. “가슴 아픈 일이지. 슬픈 일이야.”라고 엔데는 현실의 학교에서 천덕꾸러기로 취급받고 있는 악동들을 걱정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신나고 발랄한 상상이 가득 담긴 그림

짐짓 걱정하는 말로써 마무리하긴 하지만 이 책의 전체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장난기 가득한 삼촌이 말썽꾸러기 조카에게 들려주는 유쾌한 농담처럼 보인다. 천사 같은 아이들 속에서 천사의 탈을 들고 있는 악동의 모습부터 대머리 선생님의 한 가닥 남은 머리카락을 현 삼아 활을 켜는 악동까지, 악동들의 갖가지 장난들을 익살맞고 신나게 그려낸 폴커 프레드리히의 그림은 미하엘 엔데의 글과 절묘한 화음을 이루며 신나는 놀이마당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의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려진 얼레꼴레나라에서는 제멋대로 굴지 못하는 현실 세계의 모범생들의 머리에 멍청이란 뜻을 갖고 있는 양의 탈을 씌워 놓는다. 선생님은 씻지 않는 아이들과 악수하기 위해 멀찍이서 손이 달린 막대기를 흔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고 멋대로 대왕의 자리에 오른 악동 역시 마찬가지다. 머리엔 말 그대로 새집을 짓고 안 그래도 심술궂은 얼굴은 까맣고 지저분하다.

악동들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묘사는 한바탕 그들의 놀이에 빠져 함께 논다 해도 그들처럼 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정도로 적나라하기까지 하다. 떼를 쓰며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나 돼지나 쥐와 함께 헤엄치는 그림을 보면서 웃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 따라 하고 싶을 아이들은 얼마 없을 것이다. 이것은 장난꾸러기 삼촌 미하엘 엔데가 말썽꾸러기 조카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또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물론 널 두고 하는 말은 아냐.” 하는 엔데의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작가 소개

미하엘 엔데

1929년 남부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초현실주의 화가인 에드가 엔데와 역시 화가인 루이제 바르톨로메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나치 정부로부터 예술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아 가족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모의 예술가적 기질은 엔데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글, 그림, 연극 활동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엔데의 예술가적 재능은 그림뿐만 아니라 철학, 종교학, 연금술, 신화에도 두루 정통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특히 컸다. 제이 차 세계 대전 즈음, 발도르프 학교에서 수학하다 아버지에게 징집 영장이 발부되자 학업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나치의 눈을 피해 도망했다. 전후 뮌헨의 오토 팔켄베르크 드라마 학교에서 잠깐 공부를 더 하고서는 곧바로 진짜 인생이 있는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연극 배우, 연극 평론가, 연극 기획자로 활동했다. 1960년에 첫 작품 <기관차 대여행 Jim Knopf und Lukas der Lokomotiveführer>을 출간하고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1973년엔 <모모 Momo>를, 1979년엔 <끝없는 이야기 Die unendliche Geschichte>를 출간함으로써, 세계 문학계에서 엔데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엔데는 이 두 소설에서 인간과 생태 파국을 초래하는 현대 문명 사회의 숙명적인 허점을 비판하고, 우리 마음 속에 소중히 살아 있는 세계, 기적과 신비와 온기로 가득 찬 또 하나의 세계로 데려간다. 1995년, 예순다섯에 위암으로 눈을 감았다.

폴커 프레드리히 그림

1966년 독일의 뮬도르프에서 태어나 함부르크 조형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1996년부터 교사로 일하면서 교과서와 그림책 등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유령의 시간 Grusel, Spuk und Geisterstunde』, 『기사 이야기 Ritterleben auf der Brug』 등이 있다.

한미희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독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홍익대학교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그림 형제 동화집』, 『하이디』,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게르버』, 『프란츠 카프카 단편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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