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 팟치 이야기
원제 MÄUSE WIE WIR
출간일 2007년 7월 31일 | ISBN 978-89-491-7089-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 168쪽 | 연령 10세 이상 | 절판
시리즈 비룡소 걸작선 37 | 분야 동요/동시
노래로 시작되는 서른 가지 이야기와 색다른 그림 속에
웃음과 깨달음이 녹아 있는 책
이야기와 아름다운 시 속에는 놀라운 철학과 지혜가 담겨 있다.
《 디 차이트(Die Zeit)》
독일 동요의 대가로서 독일 연방의 문화 공로 훈장을 받기도 한 프레드릭 팔레가 쓴 『루치 팟치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궁금한 건 못 참는 두 생쥐 루치와 팟치가 주인공으로, 이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 속 하루하루를 재치 있게 그려 낸다. 또한 세상은 늘 새롭고 즐겁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풍부한 상상력과 유머를 보태서 때로는 힘들고 슬픈 일상을 눈앞으로 들이민다. 똑 부러지는 성격의 여자 생쥐 루치와 덜렁대고 모험심 많은 남자 생쥐 팟치. 딱 보기에도 정반대되는 성격 때문에 이 둘은 툭하면 다투지만,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 주며 때로는 즐겁지만 때로는 슬프고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세상을 조금씩 이해해 나간다. 리듬감 있는 시와 재치 있는 그림 그리고 짤막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책은 지금까지 봐 오던 책들과는 다른 구성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줄 뿐만 아니라, 세상일에 끊임없는 호기심을 보이며 살아가는 루치와 팟치의 모습을 통해 사소하고 당연하게 여겨 온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생쥐들의 시선
두 생쥐 루치와 팟치에게 세상은 알면 알수록 놀랍고 신기하다. 길을 가다가 혹은 창밖을 들여다보거나 심지어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도 생쥐들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어느 날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루치는 새는 죽지 않는다는 말을 꺼내고,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새들도 죽기야 하지.”
“그렇지만 새가 죽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여태까지 한 번도 보니 못했는걸.”
“새들은 다른 식으로 죽으니까. 아마 깃털이 빠지기 시작하면 새들은 숨어 버릴 거야. 그러고는 조용히 숨을 거두겠지. 세상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일들도 많이 일어나거든.”(본문 81쪽)
루치와 팟치는 이렇게 궁금증이 생길 때면 가만있지 않고, 해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기도 하며, 때로는 풍부한 상상력을 보태어 세상일들을 해석한다.
루치와 팟치의 일상 속에 담긴 우리들의 모습
그러나 루치와 팟치에게도 세상은 늘 새롭고 즐겁지만은 않다. 두 생쥐는 우연히 발견한 죽은 새를 묻어 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언제나 고양이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살아야 한다. 또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초라해 보이는 외모로 고민을 하고 주위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할 때도 있으며, 가까운 친구와 오해가 생겨 마음의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외로움과 소외감도 느낀다. 늘 할일이 많아서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던 팟치가 하루는 게으름 피우는 연습을 하겠다며 온몸을 쭉 뻗고 누워 있는 장면에서는 학교 수업, 학원 등 꽉 짜인 시간표에 따라 쉬지 않고 뭔가를 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교차된다. 이렇듯 인간 세상과 너무도 비슷한 루치와 팟치의 하루하루를 보며,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과 고민들을 떠올릴 것이다.
시, 그림, 이야기가 어우러진 색다른 구성
그림과 글자가 어우러진 이 책은 읽는 내내 그림책을 읽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책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그림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튀어나오고, 글씨의 색깔이나 모양이 갑자기 바뀌는가 하면, 어떤 그림은 몇 장에 걸쳐 이어지기도 한다.
한편 짧은 이야기가 시작되거나 끝나는 부분에는 한 면을 가득 메우는 색색의 그림과 함께 리듬감 있는 시들이 책을 읽는 흥미를 더한다. 이 시들은 앞으로 나올 동물들을 소개하거나 다음 이야기를 맛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다음 이야기로 매끄럽게 넘어갈 뿐만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줄거리
개성 넘치는 동물들이 만들어 내는 재치 있는 이야기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터무니없는 일들이 이 책 속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생쥐와 코끼리가 권투시합을 벌이고, 팟치는 알록달록한 생각들이 잘 떠오르게 하려고 귀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며, 고양이가 다가오면 확 불어 고양이를 깜짝 놀래 주려는 트럼펫도 발명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생명을 불어 넣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화가 잔뜩 난 팟치는 ‘화’를 ‘작고 뜨끈뜨끈한 열 덩어리로 다가와 삐딱한 생각들을 먹어 치우며 덩치를 키운 괴물’로 본다. 조용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루치의 말에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던 팟치는 어느덧 ‘조용한 이야기’와 만나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한편 덜렁대고 툭 하면 방을 어질러 놓아 루치와 자주 티격태격하는 팟치와, 반대로 야무지고 깔끔한 루치 말고도 이 책에서는 개성 넘치는 여러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손에서 휴대 전화를 떼 놓고 살지 못하는 정신없이 바쁜 옆집 토끼, 유별나게 큰 몸집 때문에 작은 동물들의 오해를 사면서도 동물들과 곧잘 어울리는 코끼리 올리, 나이 많고 현명한 부엉이, 엉뚱한 듯하지만 경험과 생각이 많은 쥐 삼촌, 자유를 노래하는 알록달록한 새 쿠노,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은 부드러운 고슴도치,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까마귀 그리고 너구리 불레와 암탉 한나, 코끼리 올리의 이모인 데이지 아줌마가 나온다. 이 동물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과 습성들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장례식과 파티에도 참석하고 때론 친구 앞에서 잘난 척하고 싶어 하며, 서로 아옹다옹하면서 사는 것이 꼭 인간들이 사는 모습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