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고민 아픔을 싹 씻어 주는 목욕탕!
방울방울 목욕탕
마음의 때 밀어 드립니다
출간일 2024년 11월 5일 | ISBN 978-89-491-4617-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0x190 · 164쪽 | 연령 10세 이상 | 가격 15,000원
분야 문학
◆ 고민을 들어 주는 신묘한 목욕탕
『미지의 파랑』으로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을 받은 차율이 작가의 신작 『방울방울 목욕탕』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5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뛰어 만난 소울메이트의 우정 이야기로 독자들의 큰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미지의 파랑』에 이어, 이번에는 또 어떤 독특한 상상을 보여 주고 따뜻한 감동을 안겨 줄지. 표지에 적힌 ‘마음의 때 밀어 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두근두근 호기심을 자극한다.
방울방울 목욕탕에는 주로 도깨비, 귀신, 인어, 선녀 등 신비로운 존재들이 손님으로 드나든다. 손님들만 다를 뿐, ‘물을 아껴 씁시다’라고 적힌 안내문이나(‘살생 금지’라는 무시무시한 항목이 더 있긴 하다) 온탕과 냉탕이 있는 목욕탕 구조는 우리가 아는 대중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불가마와 얼음방도 있고, 매점에선 바나나 우유와 식혜, 구운 달걀, 회오리감자도 판다.(이무기가 불을 뿜어서 직접 구워 주는 점은 다르긴 하다)
그러나 이 목욕탕엔 특별한 공간이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선녀들만 이용할 수 있는 ‘선녀탕’, 그리고 1인 특별 관리 시설인 ‘치유탕’이다. 치유탕은 몸을 씻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마음속의 고민과 슬픔, 아픔을 가진 이들이 오는 곳으로, 제 발로 찾아오는 손님도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이곳에 발을 들이는 경우도 있다. ‘인간’이 이곳을 찾는 경우가 그렇다.
“저희 목욕탕에 인간이 오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해요. 첫째, 아프고 지친 영혼일 것. 둘째, 목욕탕과 이어진 문을 밟을 것.”
인간 세계와 통하는 문은 안전을 위해 수시로 바뀌었다. 물웅덩이, 나무 밑동, 하수구, 장독대 등등. 무심코 지나치기 쉽고 보잘것없는 고인 물이 특별한 출입문이 되곤 했다.
“손님, 저희 목욕탕은 단순히 몸만 깨끗이 하는 곳이 아니에요. 마음을 치유하려면 안의 곪은 것들을 모두 쏟아 내야 해요. 그게 말이든, 수분이든, 때든. 뭐든지 말이에요. 저희는 슬픔과 마음의 때도 시원하게 밀어 드립니다!” _본문에서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겪고 마음에 구멍이 뚫린 소년. 소년을 맞이한 목욕탕 직원은 아직 한 달도 안 된 신입 ‘초목’이다. 쉬이익, 졸졸졸, 마음속에서 물 새는 소리가 나고 서글픈 눈물 냄새가 짙고 강하게 나는 소년을 당장 치유탕으로 데려간다. 치유탕에서는 손님의 마음속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목욕을 처방해 주고, 손님을 목욕을 통해 마음에 쌓인 ‘때’를 말끔히 밀게 된다.
소년에게 내려진 처방은 ‘별빛탕.’ 이름만으로는 어떤 것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이 목욕은 책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가 소년이 안고 온 상실의 아픔이 무조건 다 씻어 내고 없애야만 하는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해 준다는 것이다. 소년의 슬픔은 곧 진심으로 사랑했던 시간과 행복한 추억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풍덩!
물속에 슬픔과 상실감만 녹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틀렸다.
‘마음의 온기로 훈훈해.’
따스한 햇볕 가득한 봄날처럼 기분 좋았다. 행복과 기쁨, 즐거운 마음들이 물방울이 되어 초목이의 몸을 톡톡 간질여 댔다.
‘아아. 슬픔의 눈물도 있지만, 행복했던 추억의 눈물이 더 많구나.’
삐용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진정으로 느껴졌다. 첨벙, 첨벙. 밑바닥으로 헤엄쳐 내려오자 눈을 감은 소년이 보였다. 가슴에 꽂혀 있던 수도꼭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마음의 눈물을 모두 쏟아 냈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사연과 고민을 안고 치유탕을 찾아오는 손님들과 이들의 특별한 목욕을 지켜보며, 우리도 함께 치유되며 따스하면서도 동시에 시원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이야기, 바로 『방울방울 목욕탕』이다.
◆ 방울방울 목욕탕 – 치유의 역사
방울방울 목욕탕은 어쩌다 문을 열게 되었을까?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치유탕 두 번째 손님으로 등장하는 (1200살이 넘지만) 어린 선녀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얘기다. 인간 세상에 내려와 목욕을 하던 선녀들이 ‘선녀와 나무꾼 사건’ 등 일련의 사건으로 불안해하자, 지금 방울방울 목욕탕의 주인인 물의 신 ‘수신’이 선녀탕을 만들어 준 것.
옛날 옛적부터 선녀들은 인간 세상에 내려와 1급수 폭포 연못에서만 목욕했다. 하늘나라인 천계에는 더러움이 남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목욕탕이 없었다. 덕분에 선녀들은 늘 불안했다. (중략) 여러 사건에도 천계에서 목욕탕을 만들어 주지 않자, 선녀들의 서러움이 폭발했다.
“맘 놓고 씻을 수 있는 새로운 목욕탕이 필요해!”
간절한 마음이 한 수신에게 닿았고 선녀들이 안전하게 몸과 마음을 정화할 ‘선녀탕’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곳에 날이 갈수록 다양한 존재들이 찾아오면서 지금의 ‘방울방울 목욕탕’이 된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초목이도 방울방울 목욕탕에 오게 된다. 음침한 물귀신이라는 이유로 모두에게 미움받으며,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던 초목이는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사옵니다.’라며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수신을 따라와 목욕탕의 직원이 되었다. 물귀신으로서 어쩌면 적성에 딱 맞는 일터인지도 모르겠다. 초목이 외에 세신 담당 핑크, 매점 담당 강철이, 귀여움 담당(그리고 목욕물 정화 담당) 묘묘 역시 앞으로 밝혀질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모인 듯하다. 이들이 어떤 아픔을 안고 이곳에 와 어떻게 회복되었기에, 이제는 다른 손님들의 치유를 돕는 목욕탕 직원이 될 수 있었을까.
“저도 치유탕 손님이었거든요.”
초목이가 수신을 따라 여기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목욕이었다. 그때 자신이 듣고 치유받았던 말로 또 다른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비로웠다.
‘선녀탕’으로 문을 열어 ‘치유 목욕탕’으로 불리기까지, 합쳐서 1억 살이 넘는 목욕탕 직원들의 서사와 새로 찾아올 치유탕 손님들에게 ‘처방’될 신비로운 목욕은 어떤 것일지, 우리는 또 어떤 위로를 받게 될지. 따뜻하면서도 시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물’을 매개로, 방울방울 목욕탕의 치유 기록은 후속권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 첫 이별을 위한 별빛탕
- 작은 먼지를 위한 연꽃탕
- 잃어버린 꿈을 위한 안개탕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