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회째를 맞는 비룡소 문학상은 매년 초등 저학년 문학에 신선한 작가와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1회 김소민의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2회 성완의 「다락방 명탐정」, 3회 「책 읽는 강아지 몽몽」 , 4회 「두근두근 걱정 대장」 에 이어 올해의 수상작도 발표되었네요. 그동안의 수상작들은 초등 저학년(1~2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 읽기가 좋아’ 2단계 시리즈에 포함되었었는데 이번 수상작은 3단계(3~4학년) 대상의 3단계입니다. 그동안 밤톨군은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수상작들을 만나왔는데 3학년 단계의 올해 수상작을 만나니 함께 성장(?)하는 느낌에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 밤톨군 책장 속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들
” 기존 가족 판타지를 뛰어 넘는 새로운 가족 이야기!
아이와 함께 부모가 꼭 읽어봐야 할 놀라운 작품! “ – 심사평 중에서
디다와 소풍요정
김진나 글, 김진화 그림 비룡소
가족소풍을 가기로 한 날, 디다는 이른 아침부터 꼼꼼하게 이것저것 점검합니다. 그동안 소풍을 가려고 했던 날마다 여러가지 일 들때문에 매번 소풍을 포기해야 했었거든요. 덕분에 한번도 소풍을 가보지 못한 디다는 이번에는 꼭 소풍을 가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소풍을 갈 수 없게 만들었던 여러가지 원인들 때문인지 쇠고랑을 차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디다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첫 소풍을 갈 설레이는 디다와 함께 시선을 옮기다 디다와 부모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무엇인가 미묘하게 어긋나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왜 이렇지? 갸우뚱 하며 몇 번을 다시 들여다보고 나서야 왜 그런지 알게 됩니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씌여있던 이 시가 생각나더군요.
디다는 친구가 알려준 대로 풍선껌을 씹으며 소원을 빌어 소풍 요정을 불러냅니다. 그런데 이 소풍 요정은 소풍을 도와주기는커녕 배고프다고 샌드위치와 김밥에 꼭 필요한 재료들을 먹어치워버립니다. 피곤한 소풍요정에게 줘서 없어진 샌드위치 재료와 김밥 재료를 찾는 부모에게 디다가 이유를 설명하지만 부모는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그저 엉뚱하게 이를 닦았는지 동문서답을 하거나, 문제가 무엇인지 인터넷만 검색합니다. 마주하는 무엇이든 신기하고 즐거운 디다가 눈을 빛내며 상상력이 가득한 질문을 하지만 현실적인 대답으로 끝내죠. “엄마, 저기 커다란 나무가 뭐예요? 잎이 반짝거려요.” 라는 질문에 ” 수목원에 가면 자생식물 2,000종에 외래식물도 3,000종이나 볼 수 있어” 라고 대답하는 엄마. 아이의 눈을 마주하지 않고 그저 스마트폰이나 네비게이션, 디엠비 등의 정보에만 집중하는 아빠.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여있지만 무엇인가 미묘한 균열을 보여주는 여러 모습들에 “혹시 내 가족은?” 이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내 아이와 나는 어떠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되지요. 가끔 옆지기와의 대화 중에 “영혼없는 대답” 이라며 서운함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 아이와의 대화 중에도 그런 “영혼없는 대답”을 했던 경우가 많았을 지도 모른다는 반성을 해보았죠. 으응. 그래~ 등의 무성의한 대답들.
디다의 소풍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선글라스가 없어 자외선을 피할 수 없다며 차 안으로 들어간 엄마, 디엠비를 틀고 차 안으로 들어간 아빠. 디다는 가장 좋아하는 야광 비옷을 입고 귀신 랜턴 인형을 팔에 안은 채로, 버려진 자동차 극장의 찢어진 스크린에 소풍 요정이 보여주는 영화를 즐깁니다. 밤톨군은 소풍요정이 나오는 판타지 동화로 읽어냈지만 제게는 그저 부모와 같은 공간에만 있었을 뿐 자신만의 상상력과 공상으로 시간을 보낸 디다의 모습이 겹쳐졌어요. “길 떠난 꼬마 우주선이 점심 먹을 곳을 찾아다니는 영화” 를 하늘에 별이 총총 떠오를 때까지 디다는 “얼마나 실감나는지 꼭 진짜 같았다”(P41) 라고 하는 부분에서요. 다행히 주인공 디다에게 첫 소풍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을 듯 합니다. 안타깝고 서운한 현실이지만 디다는 이미 이런 상황에서도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듯 하니까요. 우리 아이들처럼요.
책 속에는 디다가 기억을 잃어버린 단편 에피소드 [기억을 잃어버린 디다] 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기억을 잃고 나서 자신이 누군지 알고 싶은 아이에게 아빠는 종이옷을 입히고 만나는 어른들이 디다에 대하여 그 옷 위에 적게 합니다. 어른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디다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판단해버리거나, 디다에게 바라는 희망사항을 적어놓지요. ” 너는 앞으로 OO가 되어야 한다. ” 라고 아이의 장래희망을 정해버리는 현실 속 부모의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재미있는 문체와 내용에 웃지만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내용들. 역시 아이보다 함께 읽는 부모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강한 게 느껴졌으나 생각해보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전하고 있네요. 어른들이 너희에게 강요하는 모습이 있다고 해도 너희 만의 “보물 상자” 를 잊지 말라고.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문고를 읽게 되면서 그림책과 달리 부모와 함께 읽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듯 합니다. 그러나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 동화도 그런 책 중의 하나입니다. 꼭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