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워낙 유명한 이야기로 디즈니와 같은 많은 영화에서 다양하게 각색되어 영화화 되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직접 책으로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룡소에서 이 책(이상한 앨리스/루이스 캐럴 글, 김경미 옮김, 비룡소)을 받기 전까지는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수많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관련 영화는 다 보았고 개중에는 여러번 본 것도 있었지만 그저 동화로만 치부하고 한 동안 읽어보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조니 뎁이 모자장수로 출연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이다. 거기에서는 19살의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넘어가는데 앨리스가 나쁜 여왕을 물리칠 운명의 기사라고 하였다. 화려한 출연과 색감, 그리고 우스꽝스럽지만 침침한 분위기와 스토리는 내 머리속에 각인이 되었고 그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내용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과 책 속의 내용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햇갈리기도 했다.
기사의 운명을 타고나서 여왕을 해치운다는 영화와는 다르게 책 속의 앨리스는 정말로 한 편의 꿈을 꾼 듯, 가볍게 이상한 나라를 다녀왔다. 이상한 나라는 정말 기괴하고 이상했다. 토끼가 옷을 입고, 시곗줄을 확인하며 뛰어다니는 것보다도 훨씬 이상했다. 내가 말하는 이상함은 기괴하게 생기거나 특별한 힘을 쓰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동물임에도, 카드임에도 말하고 생각하는 것을 배재하더라도, 사고 방식이 독특했다. 지나치게 한 일에 얽매인다든지, 규율에 얽매인다든지 하는 것들도 이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들은 모두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는 일만 하는 것 같았다. 토끼는 언제나 조급해하고, 요리사는 언제나 후추를 뿌리며 왕비는 언제나 사형을 명하고 왕은 언제나 사형을 면한다. 거북이는 언제나 언어유희를 즐기고 모자장수와 3월의 토끼는 언제나 차를 마시며 겨울 잠 쥐는 언제나 잠을 자고 시종들은 그 들의 시종을 들고 애벌레는 언제나 담배를 피우며 채셔 고양이는 언제나 방관하고 공작 부인은 언제나 교훈을 찾는다. 정말 이상하다. 이렇게 계속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사람들, 동물들, 카드들 틈에서 앨리스 혼자 열을 내며, 생각하고, 목표를 찾는다. 이상한 나라의 존재에서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손님이다. 책의 내용을 쓰다 보니 나도 이상해지는 것 같다. 다른 책들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쉬웠는데 이 책은 도무지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루이스 캐럴이라는 작가는 언어 유희에 뛰어나다니 한번쯤 원서를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