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미 클라크, 그의 이름은레이미 나이팅게일이었다.
이상하게 파란 여름/ 케이트 디카밀로/ 비룡소
많은 성장소설을 읽고 있고 또 아이들에게 성장소설을 권하고 있다. 성장소설이 아직 미숙하고 불완전한 소년 소녀가 성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한 인물이 겪는 갈등과 정서적 아픔을 통해 정신적 성장과 사회와 현실에 대한 각성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이상하게 파란 여름’도 성장소설의 범주에 해당된다.
해가 하늘 높이 떠 있었고 모든 것이 서부영화의 한낮 같다는 이 묘사는 뫼르소가 뜨거운 태양 때문에 살인을 한 그날처럼 무언가 큰 일이 일어 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날에 10살 소녀 레이미 클라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레이미는 작별 인사도 없이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와 야반도주를 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배턴 트월링을 배우러 간 아이다 니 선생님 교실에서 루이지애나 엘레판트와 베벌리 태핀스키를 만난다. 두 소녀도 레이미처럼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두 소녀도 레이미와 마찬가지로 ‘리틀 미스 센트럴 플로리다 타이어’대회에 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루이지애나는 익사사고로 부모를 잃고 다시 보육원에 가지 않으려고 할머니와 도망자 아닌 도망자 생활을 한다. 그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대회 상금이 필요했따. 베벌리 태핀스키도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엄마로부터 독립하여 아버지를 찾아가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리틀 미스대회에 자신을 내보려는 엄마에 대한 반감으로 이 대회를 망치려고 이 대회에 나가야만 했다. 성장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부의 부재와 부모의 부재가 양산하는 갈등과 아픔이라는 공통점을 세 소녀는 가지고 있다.
세 소녀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를 루이지애나 말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소설의 첫 장에서 루이지애나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겁이 나. 너무 겁이 나서 못 살겠어.”
레이미도 이 말에 공감하며 대회 출전을 위한 요건을 갖추려고 착한 일을 찾을 때 이 말을 떠올리며 되뇌인다.
“너무 겁이 나서 계속 못 살겠어.”
불완전한 세계,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면 성인들도 겁이 나 도망가고 싶은데 하물며 10살 짜리 소녀들은 어쩌하겠는가.
그럼에도 그들은 혼자가 아니고 서로가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갇혀 있지 않았고 자신의 아픔을 내보였기에 서로를 통해 자신을 보았고 의지가 되었고 또 의자가 되어 주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레이미가 양로원 앞에서 두려움에 떨 때 베벌리의 말을 떠올린다.
‘겁먹는 건 엄청난 시간 낭비야. 난 어떤 것도 겁나지 않아.’
레이미는 이 말에 힘입어 머뭇거리지 않고 양로원을 방문하고 이사벨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 드렸고 앨리스 할머니의 고통을 지나칠 수 없어 방문을 열었다가 사서 선생님이 빌려준 도서관 책 ‘밝고 빛나는 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삶’을 잃어버린다.
레이미는 책(밝고 빛나는 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삶)을 찾기 위해 루이지애나와 베벌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들은 기꺼이 레이미를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베벌리는 앨리스 할머니의 무섭고도 고통스런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는 용기있는 행동을 보인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세 소녀는 루이지애나의 고양이 아치를 구하기 위해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빌딩 10을 찾아가는 모험을 감행한다. 아치를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도살 위기에 빠진 버니를 구해내고 돌아온다. 지친 루이지애나와 버니를 쇼핑카트에 태우고 오다가 언덕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 잘 나가지 않는 카트를 힘껏 밀던 레이미와 베벌리가 카트를 놓치고 카트를 언덕아래로 굴러내가가 연못에 빠진다. 루이지애나는 수영을 못한다. 레이미와 베벌리는 사력을 다해 루이지애나를 구하려 달린다. 이때 보르코프스키 할머니의 말이 들린다.
“너야. 지금. 이게 네가 할 일이야.”
레이미는 루이지애나를 구한다. 레이미가 나이팅게일처럼 밝고 빛나는 길을 걸은 것이다. 루이지애나가 레이미 클라크를 레이미 나이팅게일이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레이미의 용기있는 행동은 신문에 실리고 아빠와도 통화를 하게 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루이지애나는 ‘리틀 미스 센트럴 플로리다 타이어’대회에 나가 배턴 트월링이 아닌 노래로 대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가고 싶어 했던 마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벨크냅 타워 꼭대기 오른다. 루이지애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바닥에 누워 친구들에게 무엇이 보이는지 말해달라고 한다. 레이미는 보이는 것과 레이미가 보고 싶어하는 것들을 말한다. 베벌리는 조용히 루이지애나를 안고 난간으로 와 직접 보라고 한다. 무서워하는 루이지애나에게
“걱정마, 내가 널 안고 있잖아.“라고 한다.
레이미도 루이지애나의 손을 잡고
“나도 있어.”라고 한다.
여름날 세 소녀가 겪은 일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소설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각자의 고통이 공유되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과정에 있어 어떤 개연성이나 발단을 찾지 못해 의아하게 느끼게 더욱 그런 듯도 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겪은 사건들이 작가 자신의 경험을 옮긴 사실이라는 말에 설득 당한다. 그러고 보면 잊힌 유년기를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도 누구나 크고 작은 이러한 경험들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사건들을 통해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더듬을 수 없더라도.
‘이상하게 파란 여름’도 대개의 성장소설이 그러하듯 자신의 존재 가치와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와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얻는 것으로 끝난다.(네이버 백과사전)
성장기에 있는 유소년은 물론 전세대가 이 책을 공유했으면 한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경구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겁이 나. 너무 겁이 나서 못 살겠어!
우리 모두 마음이 아프지 않나요?
겁먹는 건 엄청난 시간 낭비야. 난 어떤 것도 겁나지 않아.
잠든 어름의 모습을 지켜보는 거이 어쩐지 겁이 났다. 마치 아무도 세상에 대해 책임지는 사림이 없는 것 같았다.
얼마 동안 기다려야 하며 언제 기다리는 걸 멈추어야 할까?
레이미는 이따금 진실이 자기에게 밝혀질 거라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
레이미가 생각할 수 있는 아주 용감하고 아주 좋은 행동은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마지막으로 소설 곳곳에 나오는 한여름의 날씨에 대한 묘사가 등장인물의 심리나 사건의 필연성을 뒷받침 하고 있지 못한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너무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제목 그래서 포기하고 싶지 않은 제목 “이상하게 파란 여름”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된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원제 “RAYMIE NIGHTINGALE”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