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라는 아주 까다로운 개가 있다.
이름을 불러도 오지 않고,
산책도 좋아하지 않으며,
밥도 잘 먹지 않았다.
비 맞는 걸 무척 싫어하고,
짖어대는 어떤 개.
앨리스 트러지와 노먼은 그래도 그 까다로운 개를 예뻐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디 아저씨는 자동차 타는 걸 좋아하는 마일즈를 위해
마일즈 전용 자동차를 만들어 준다.
마일즈는 자동차 모는 법을 배운 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기도 하고
시골길을 달리며 드라이브도 하면서
점점 순한 어느 개가 되어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더 이상 자동차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커버리자,
자동차를 타는 일을 멈추게 된다.
하디 아저씨는 요즘 뚝딱뚝딱 비행기를 만들고 있다.
누구를 위한 비행기일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작가 존 버닝햄의 이 그림책은 뭔가 목가적이고 인간적이며 다소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뭉클한 것은 요즘 다소 감성적인 내 심경을 대변한 것 같아서였다.
지난 주 건강검진결과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교감신경이 과다…부교감 신경이 과다할 경우 무기력,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별로 자각하지 못했는데 현재 그런 상태라고 한다.
근데 이 책에 나와있는 마일즈를 보니 왠지 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불리어본지 오래 됐고,
산책을 좋아하지 않으며,
밥 먹는 것을 즐겨하고,
비 맞는 걸 싫어하며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 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런 나에게도 하디 아저씨의 자동차처럼 기분전환용이라면 가끔 나가는 드라이브다.
때로는 아이를 카시트에 태워서,
때로는 홀로 애정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달리는 어떤 길들.
그 드라이브.
그러자 그 까칠했던 마일즈가 순해지는 것처럼
나도 다시 따뜻해지고,살가워지는 느낌.
다시 그림책을 통해 나를 본다.
고맙다.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