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 필요한 “뒤집혀 혀집뒤!”

연령 8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10월 14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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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TV만 틀면 드라마가 펼쳐진다. 어쩜 그렇게나 막장인지 우스갯소리로 나와 연관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최모씨와는 모든 사람이 연결되었다는 말이 돈다. 다양한 말이 돌아서 어떤게 사실인지 어떤지 유언비어인지 헷갈리기도 하는데 제발 두번 죽이는 일만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목조차 의미심장한 책을 만났다. 비룡소에서 나온 어린이책읽기 3단계 ‘뒤집혀 혀집뒤!’ 제목만 봐도 속이 시원해진다. 난 그리고 우린 무엇을 뒤집을 수 있을까..

 

학교 전설과 딱지 ‘뒤집혀 혀집뒤’ 편의점 테이블과 점원 ‘파라솔 위에 테이블 위에 의자가’ 자기가 고양이라고 말하는 ‘책 고양이’ 까지 3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마치 책이 이야기를 해주듯이 중얼거린다. 서현님의 그림과 이리을님의 글이 무척 잘 어울린다.

 

뒤집혀 혀집뒤! 책이 말을 건다. 학교나 아이들 사이에 전해지는 학교의 전설을 들려준다고.

강태풍은 고무딱지치기에 매번 지는데 용돈을 털어 딱지 한 상자를 산 후 딱지왕 김남철에게 과감하게 도전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딱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충격에 빠진다. 하나 남은 보라색 대마왕 딱지를 꽉 쥐고 울다가 놀라운 일을 겪는다. 딱지가 말을 하더니 갑자기 움직이고 자신은 딱지나라 대마왕이라며 이제 왕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놀라서 멍해진 태풍에게 그동안 든 정이 있으니 떠나더라도 도리는 하겠다며 딱지왕의 비법을 알려준다.

손가락으로 무엇이든 가리키며 ‘혀.집.뒤, 혀집뒤!’라고 주문을 외워라.

라고 말씀하시더니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구름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무슨 일일까 싶으면서도 옆에 있는 까만 고양이를 보며 주문을 외우자 고양이가 조용히 붕 뜨더니 홱 뒤집혀서 털썩, 떨어지는데 벌렁. 통쾌해진 태풍이는 딱지왕 김남철에게 가서 한 판 더 붙자고 외치고 딱지 한장을 빌려 딱지를 치는데.. 휘익. 탁. 그날부터 새 딱지왕이 된다. 손가락을 권총 모양으로 만들고 입속으로 주문을 외우는데 아이들은 딱지왕다운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태풍 만세!! 하지만 삼일째 되는 날. 아파트 놀이터에서 파란색 운동복을 입은 할아버지인 교장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학교가 아니어도 딱지를 모조리 쓸어갔다. 부모님 모시고 교장실로 찾으러 오라는 말을 남기고.. 고작 사흘만에 딱지를 빼앗기다니!

 

그리고 세가지 사건이 나오는데, 애들 말로 대박 사건이 벌어진다. 금연표시가 붙어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콜라를 쥐고 담배 피우는 노란 머리 남자의 콜라병이 뒤집히더니, 마트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빨간 자동차가 뒤집히고 급기야 학교 건물이.. 그리고 학교의 전설은..

 

파라솔 뒤에 테이블 뒤에 의자가

편의점에서 신기한 일이 일어났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줄게.

편의점을 밤새도록 지키는 젊은이 정군은 날마다 새벽 세시 쯤이면 문 앞 테이블 위로 오는 삼색 고양이를 본다. 손님은 없고 잠이 쏟아지는 시간이라 바람을 쐬고 삼순이라 부르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석달 동안이나. 그런데 삼순이를 못 본지 일주일째 되는 날. 편의점에 까만 고양이가 들어오고 주인에게 쫓겨나는데 테이블 밑을 돌아다니다 테이블 다리와 의자 다리에 몸을 비비며 왔다갔다 했다.

 

새벽 세시 사십오 분이 되어 정군은 여지없이 꾸벅꾸벅 조는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촥!촥! 파라솔이 저절로 접히더니 테이블에서 바닥으로 폴짝 뛰어내리고, 콩콩 뛰자 테이블과 의자도 그 소리에 맞추어 왼발 오른발 하나씩 들었다 놓았다 탁탁 발 맞추어 파라솔 테이블 의자가 한 줄로 따라간다. 물건들이 움직이는 것을 놀라며 보는 것도 잠시. 주인 아저씨한테 혼날까 몰래 그 뒤를 따라간다. 자동차가 지나가면 멈추었다가 다시 줄맞춰 척척!! 가더니 오래 전에 공사가 중단된 버려진 건물 앞에 자리 잡더니 테이블, 또 테이블 그 위로 의자가 주르륵 올라간다. 마치 서커스 곡예사처럼.

 

그때 파라솔이 정군에게 다가오더니 저기로 가보라는 손짓을 한다. 거기에 뭐가 있길래 이러지? 삼색 고양이도 궁금하고 까만 고양이의 정체도 궁금해진다.

책고양이

나는 책같이 생겼지만 사실 고양이야. 잠깐, 덮지마! 제바알! 라고 말을 걸더니 느긋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한다.

길고양이 엄마가 낳은 일곱남매 중 막내로 매일 형제들에 치여서 엄마 젖도 제대로 못먹고 자랐는데, 깜깜한 밤에 엄마따라 나들이 나가는 날, 낡은 버스 밑을 벗어난 세상은 넓고 신기한게 많아 구경하다, 쓰레기 더미 옆 빈 상자를 홀린듯이 바라보다 상자 속으로 들어가 마냥 행복해한다. 갑자기 상자가 들러더니 이상한 것이 보였다. 버스 밑에서 발만 보다 처음 본 사람 얼굴.

 

폐지 모으는 공터에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사는 할아버지인데, 지저분한 칫솔로 고양이를 살짝 건드렸고

그때부터 내가 사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어 

초록 눈의 까만 고양이는 마법사의 비서인데, 마법사 할아버지를 만났으니 그의 비서가 되어 청소도 하고 마법도구도 챙긴다. 하지만. 청소 끝나고 마법 책을 보다 또 홀린듯이 책을 찢게 되고 화가난 마법사 할아버지는 고양이에게 벌을 내린다. 딱딱하고 네모난 책이 되어버린 고양이. 책 속에 갇혀 사는 건 정말 끔찍하게 지루하고 답답하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책을 찢지말라고 말한다. 다시 고양이가 되는 방법은..

 

묘하게 연관된 까만 고양이. 아마도 까만 고양이가 태풍의 이야기를 정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이 움직이는 것도 희안했고, 고양이가 책이 된 것도 신기했지만, 뒤집혔으면 하는 것들이 자꾸 떠오른다. 유쾌하게 읽었음에도 세상이 어수선하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