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난 어떻게 살고있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 있습니다.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도 그런 책인데요. 눈을 옆으로 하고 ‘무슨 이유건 나 건드리는 사람들, 가만 놔두지 않겠어.’ 라고 쳐다보는 한 소녀를 표지에서 만나게 됩니다. 물론 그녀가 질리 홉킨스인데요. 그녀와 이야기한다는 건 아이를 키워봐서 이제는 아는 눈빛… 내 속만 터지고 마음이 오가는 정상적인 대화라는 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보이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삼년도 안 됐는데 벌써 3번째 위탁 부모네 집으로 향하는 질리와 엘리스 선생님을 보게 됩니다. 질리는 걱정하는 선생님의 당부에도 껌으로 머리와 얼굴을 덮어버리고 말입니다. 계속 당부하는 엘리스 선생님을 보니 질리는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문제학생인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요. 그녀가 이전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는 걸 보면 꼭 그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11살 그녀가 사람을 믿지 못하게 한 건 우선은 그녀를 무책임하게 놔둔 엄마, 그녀 행동으로 그녀 속까지 판단해버린 어른들 탓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니 말입니다.
이번 그녀의 위탁 부모는 정말 좋은 분이라는 “메임 트로터 아주머니”라고 하는데요. ‘좋다’ 라는 말에 보나마나 뻔하다고 생각한 질리는 우리의 예상대로 트로터 아주머니께도 무례하게 행동하지만 그녀의 예상밖의 반응에 당황하는 건 오히려 질리가 됩니다. 트로터 아주머니가 돌보는 또 하나의 가족, 윌리엄 어니스트와 문제가 생길때 빼고는 어떻게 행동을 하건 트로터 아주머니께 질리는 늘 똑똑하고 착한 아이일뿐이니까요.
옆집 아저씨를 모시러 가서 놀라긴했지만 첫 날부터 넘어지실까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보니, 질리가 사실 어떤 아이일지 우리도 알게 됩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말은 너무 퉁명하지만 행동은 따뜻한, 그러니 마음도 따뜻하다는 걸 말입니다. 질리는 이번에도 상처받기 전에 자신이 상처를 입히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뿐이라는 걸 알게되니 마음이 뭉클해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점점 친해진다 싶은 트로터 가족들과의 삶에서 이별이 일어나게 되는 사건이 생길때는 더 말입니다.
이렇게 아이가 나오는 이야기지만 질리의 마음을 보며 우리는 사람을 무엇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사람에게 어떨 때 행복이 오는지, 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나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확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이 많은 아이들의 나머지 삶을 바꾸게 된다는 것도 보게 되고 말입니다. 외모나 상황만으로 누구를 판단하는 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변해가는 질리의 모습을 보며 알게 되는데요. 넉넉치 않은 트로터 아주머니와 앞이 안 보이는 랜돌프 아저씨, 말을 더듬는 윌리엄이라 기가 막혔던 질리지만 그들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되니 그들과 함께 할 때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자기곁에는 늘 가족이 있다는 걸 알기에 이제 진짜로 위풍당당해질 질리의 이야기는 사랑이란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행동에서 나온다는 걸 알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오래도록 기억되지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