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11월 10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내셔널 북 어워드 외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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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책이다. 사실 책 표지가 맘에 들지 않아 넘기지 않은 책이었다. 그런데 요상한 일이 벌어졌다.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멈출 수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 갈라드리엘 홉킨스가 매력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아이인지 확인을 하지 않고서는 책을 덮을 수 없는 책이다. 그만큼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질리, 갈라드리엘의 애칭이다, 가 착하다거나 모범생은 아니다. 좋게 말하면 시크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말 무례하고 막돼먹은 아이다. 이 막돼먹은 아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야기가 주는 힘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가 독자에게 질리를 사랑하게 하는 마법을 거는데 이에 단단히 홀리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명랑동화정도로 생각하지 쉽지만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꽃의 아이들’ 그러니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머리에 꽂아서 얻는 별명인 그들의 낳은 아이의 이야기이다. 꽃의 아이들이었던 질리의 엄마는 질리를 사회 복지사에게 맡기도 나타나지 않는다.

3살부터 위탁가정에서 자라게 되는 질리, 처음 위탁가정에서 정말 엄마로, 아빠로 여기서 행복하게 살았지만 그들이 이사를 가면서 질리는 버려진다. 그 후 질리는 세상을 적으로 삼고 자신이 살아남는 방법을 혼자 터득하는데 그것은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는 것이고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악하게 구는 것이다. 그리고 영리한 질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방법을 매우 다양하게 연구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비웃는다. 개인에 대한 복수라기보다 여기저기 위탁가정으로 떠돌아야 하는 자신을 방어하고자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 와중에도 질리는 자신을 찾아 올 엄마를 잊지 않는다.

두 번이나 다른 위탁 가정에서 지내가 트로터 아줌마네로 가게 된다. 여러 번 위탁가정에서 쫓겨난 질리이기에 트로터 아줌마에 대한 강한 저항과 반항을 지능적으로 펼치지만 트로터 아줌마는 때로는 모르는 척 때로는 따뜻하게 넘긴다. 질리는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기에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에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런 질리였기에 뚱뚱하고 착하기만 트로터 아줌마와 순하고 겁 많은 트로터 아줌마 댁에서 지내는 윌리엄 어니스트를 바보 취급한다.

질리는 그들을 무시하고 그들을 이용하려하지만 그들의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마음에 점차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급기야 랜돌프 아저씨와 트로터 아줌마, 윌리엄 어니스트가 독감에 걸렸을 때 혼자 몇날 며칠을 밤을 새워 간호한다.

이제 막 그들에게 정을 주고 사랑하게 되었을 때 홧김에 엄마에게 보낸 편지로 인해 원치 않았던  외할머니 댁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편지로 옛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엄마를 그리는 질리를 위해 외할머니는 질리 엄마에게 돈을 주어 질리를 보러 오게 하지만 공항에서 질리는 엄마가 자신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쓰라린 현실에서 질리는 괴로워하고 사랑하는 트로터 아줌마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려고 애원한다. 아줌마도 눈물을 흘리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줌마는 차분히 질리에게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질리는 외할머니 댁으로 간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하는 끝나는 거, 그건 거짓말이란다. 끝은 죽음뿐이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살아야 한다. 세상에서 ㅇ우연히 좋은 일이 생길 때도 있지만 좋은 일은 날마다 일어나는 게 아니란다. 세상일은 만만치 않고 그것을 잘 해낼 때 행복하다고.    

질리는 아빠에 대한 어떤 바람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빠가 이 세상에 안 계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가 자신을 찾아 올 거라고 확신한다. 10년 동안 한 번도 자신을 찾지 않은 엄마인데도. 엄마의 희망고문을 질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질리엄마의 이런 희망고문이 없었더라면 질리는 오히려 더 잘 적응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질리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로 질리가 참 자아를 찾고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고 경쾌하게 보여준다. 정성껏 자신을 보호해주는 맞아주는 트로터 아줌마와 랜돌프 아저씨의 돈을 훔치는 탈선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이다. 다행히 자신의 잘못에 대해 명확히 깨닫고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람간의 신뢰를 알게 되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는다.

이 책을 초등학생들이 읽는다면 다음과 같음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며 읽어 볼 필요가 있다. 흑인에 대한 비하와 편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을 무시하는 태도, 자기의 존재나 자신의 분을 표출하기 위해 친구들이나 하급생들의 생활에 불쑥 끼어드는 태도 등에 대해서. 그리고 이 책이 쓰인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에 대한 사전 지식을 먼저 접하기 위해 역자 후기를 먼저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최근 공개 입양과 해외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캐서린 패터슨의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를 아이들이 읽는다면 객관적으로 입양문제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