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돈, 17세, 게임을 좋아하고 공부는 잘 하지 못하는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
하돈이는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낙스’로 시작하는
로콜프란 악마의 연애편지를 발견했다.
그 편지를 읽는 순간 그 안의 모든 내용들이 머릿속에 입력 되었고,
그 즉시 편지 속의 활자들은 조용히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려
흔적조차 없어졌다.
악마의 편지에는 주문도 적혀 있었다.
< 우시락스 바락스 스텐푸아 카당스 >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같은 반 친구 서진유는 침을 튀기며 웃고 비아냥거렸다.
그럴만도 하다.
악마의 편지라니 누가 믿겠는가.
게다가 연애편지였고, 내용도 유치했다.
그런데 유치원 동창 은비는 이 이야기를 믿어주었고,
아낙스라는 여자 악마를 찾아 편지 내용을 알려주라고 했다.
그래서 하돈이는 아낙스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진짜로 만나게 되었다.
아낙스는 일반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그저 옷차림이 조금 튈 뿐.
그리고 둘은 친구가 되었다.
“어차피 나에 대해 너만큼 많이 아는 인간 친구는 없으니……
친구로 너만큼 나한테 적절한 애는 없는 것 같아.
어때? 넌? 여전히 내가 악마라 꺼려지니?”
사건이 벌어졌다.
아낙스의 휴대전화를 진유가 훔친 것이다.
진유는 전교 우등생으로 1분 1초까지 쪼개가며 공부를 하는 친구였는데,
더이상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싫어 반항 중에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런 진유를 돕기 위해 하돈이가 아낙스를 끌어들였고,
아낙스는 하돈이와 거래를 하게 된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진유를 위해
악마와 거래까지 체결한 하돈이의 진심은 무엇일까?
진유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하돈이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왜냐면 자신이 악마의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친구들의 감정이나 어려움, 우정 등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자신이 보통 인간이 아닌 악마와 비슷한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에
세상만사가 우스워진 것이다.
마치 재벌이 백화점에 들어가서 물건을 둘러볼 때의 느낌과 같은 거다.
맘만 먹으면 무엇이든 다 가질 수 있다는 데서 오는 행복감보다는
다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게 다 시시해 보이는 감정이 더 큰 것 말이다.
“정하돈, 그동안 즐거웠다. 여기까지가 내 임무야.”
“임무라니?”
“악마가 거는 딴지.”
그동안의 일은 아낙스가 하돈이에게 발을 걸었던 것이다.
넘어지든지 피해가든지 하는 것은 하돈이의 선택이었다.
“그래, 일단 안녕.”
아낙스는 반다시 다시 돌아온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다.
.
아낙스는 무차별적으로 검은 물감을 마구 뿌리고 다니는 악마가 아니었다.
목적과 명분이 있는 일에 역량을 발휘한다고 했다.
아낙스 특유의 임무는 인간에게 딴지를 거는 것이다.
하돈이는 악마의 도움을 받기 위해 거래를 하지만,
결국 자신이 악마의 주문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 안의 악과 마주치게 된다.
악마의 꼬임에 넘어가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
즉 자신의 욕망이 결국 악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다.
사실 나도 진짜 악마는 본인 안에 있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걸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가 참된 인간으로 사는 길이라고.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의
악마를 실제로 만난다는 참신한 발상과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무척 훌륭하다.
정말정말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청소년 문학은 사랑입니다.